한국 우주탐사선 '다누리' 내달 5일 135일간 달까지 긴 여행길 오른다
세계에서 7번째로 실용 인공위성을 태양동기궤도(600~800km)에 올려놓을 수 있는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보유한 한국이 달 궤도를 정조준한다. 우주 개발 사상 첫 우주 탐사용 달 궤도선 '다누리'가 주인공이다. 2030년대 초반까지 1.5t급 이상의 달 착륙선을 누리호 후속인 차세대 우주발사체로 직접 발사하는 명실상부한 우주강국 도약을 위한 도전의 출발점이다.
국내 독자 개발한 달 궤도선 ‘다누리’가 내달 5일 오전 8시 8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2016년 1월부터 약 2367억원을 투입해 개발된 다누리는 약 4.5개월 뒤인 12월 16일 달 궤도에 도착하고 12월 31일 임무 궤도인 달 상공 100km 안착 후 1년 간 달 표면 관측, 우주인터넷 통신 시험 등에 나선다.
● 지구에서 최대 156만km 멀어졌다가 달 궤도 진입
다누리 개발 사업은 2016년부터 약 7년간 이뤄졌지만 국내 독자 기술로 진행하는 우주 탐사는 2007년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세부 로드맵에 명시된 후 15년만이다.
다누리는 가로 1.82m, 세로 2.14m 높이 2.19m로 소형차 크기에, 무게 678kg이다. 고해상도 카메라(항우연 개발)와 광시야편광카메라(한국천문연구원 개발), 자기장측정기(경희대 개발), 감마선분광기(한국지질자원연구원 개발), 우주인터넷탑재체(ETRI 개발), 섀도캠(NASA 개발) 등 임무를 위한 총 6개의 탑재체가 실리는 다누리의 무게는 사업 초기 550kg이었다.
그러나 탑재체 개발 과정에서 이 중량을 맞추기가 어려워져 2019년 9월 다누리 무게를 678kg으로 상향 조정하고 발사 일정을 연기했다. 무게가 늘어난 탓에 연료 소모를 아끼기 위해 달 궤도로 향하는 비행 궤적도 바꿨다.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으로 변경해 지구와 달까지 거리인 약 38만4000km의 4배에 달하는 최대 156만km 지점까지 비행했다 돌아오는 궤적이다. 직접 달로 향하는 방식에 비해 연료 소모량을 약 25%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 4.5개월 긴 여정...관건은 ‘궤도 수정 기동’
다누리는 발사 후 40분간 250km 상공에서 궤도 비행을 한 뒤 탐사선과 로켓 분리로 발생한 추진력으로 BLT 궤적에 진입한 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L1’ 지점까지 비행한다. 이 때 지구에서 최대 156만km 지점까지 멀어지는 것이다.
이후 다누리가 4.5개월에 걸쳐 달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몇 차례 중요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발사 후 약 60분경 첫 교신과 초기 점검이 이뤄지고 발사 24시간 뒤에는 보다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고이득 안테나’를 통한 교신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BLT 궤적으로 비행하는 동안 진입 후 9번의 궤적 변경 기동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BLT 궤적에 진입한 다누리는 태양과 지구, 달의 중력을 이용해 비행하지만 궤적을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궤적 수정 기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달 궤도에 도착한 이후에도 5차례의 추가 기동을 통해 목표 궤도인 달 상공 100km 원궤도에 진입하는 게 최종 관문이다.
다누리의 핵심 임무는 2030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항우연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 ‘루티’가 착륙 후보지 49곳의 약 90%에 다하는 44곳을 실제로 촬영해 착륙 가능성을 평가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섀도캠’은 달 극지역의 충돌구 등 음영지역을 촬영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폴캠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편광을 활용해 달 표면의 입자 크기나 티타늄 분포를 확인한다.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뒷면의 입자 크기와 티타늄 분포를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15년 만에 우리 독자 기술로 만든 달 궤도선 ‘다누리’가 우주로 향하는 것”이라며 “2016년 다누리 개발 착수 후 탑재체 무게 변경으로 인한 설계 및 달 진입 궤도 수정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순조롭게 발사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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