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당 10만원" 로펌 알바 광고.. 알고보니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서울에 사는 20대 여대생 김모씨는 지난해 10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유명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다. 얼마 후 자신을 ‘법무법인 외근직 담당업무 실장’라고 소개한 A씨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재판과 관련한 서류 전달 및 고객의 의뢰금을 받아오는 단순 업무만으로 건당 10만원씩 벌 수 있다”고 했다. 김씨가 해당 법무법인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서울 서초동에 실제로 있는 회사였다.
A씨는 “코로나로 인해 대면 면접은 어렵고 온라인 면접을 봐야한다”며 SNS로 인터넷 링크를 보내줬다. 링크를 열어보니 ‘우리 법무법인 채용에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떴고 지원 경로를 묻는 설문이 이어졌다. ‘합격 통보’를 받은 뒤 김씨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초대받았다. 이 방에 있는 ‘실장’, ’팀장’ 등이 알려준 사람을 만나 현금 1000만원~2000만원 상당을 건네 받고, 다른 계좌에 100만원씩 나눠 이체하는 것이 김씨 업무였다. 하지만 A씨는 법무법인 소속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현금 인출책을 구하기 위해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진짜 로펌인 것처럼 행세한 것이다. 다행히 무죄 판결은 받았지만 김씨는 한동안 경찰서와 법원 등에 불려다니며 마음 고생을 해야 했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구인·구직 사이트를 이용해 청년들을 범죄 자금 전달책으로 유인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정부가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인·구직 온라인 사이트나 직업정보 신문 등은 현재는 구인 광고를 올릴 때 사업자 등록증을 확인할 의무가 없다. 고용부가 ‘등록증을 확인하라’고 지도해 왔지만 법적 의무가 아니라 따르지 않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주로 중개하는 구인·구직 사이트들은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구인 광고를 게재하는 일이 많았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상적인 사업장인 것 마냥 가짜 구인 광고를 내걸었고, 사회초년생·주부들을 중심으로 범죄 연루 피해자가 속출하게 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코로나 확산 이후 비대면 면접이 일반화됐다는 점도 악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전엔 보이스피싱 조직이 직접 현금 수거책을 데리고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한 뒤 현금 수거책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사람 중 62%가 20~30대에 몰려있는 등 청년층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정부는 앞으로는 아르바이트 사이트 등 직업정보제공 사업자들이 관련 증빙 서류를 제출받고 이를 확인한 후에야 구인 광고를 게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직업안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사업장 등록증 등 증빙서류 확인 절차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성호 고용부 고용서비스정책관은 “청년 등 구직자들을 보이스피싱 구인광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집 수법, 피해 사례 등을 구인 사이트 홈페이지에 상시 게재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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