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2년차·文 4년차에 지지율 '20%대'..尹대통령 석달도 안 걸렸다
인사·소통·경제 등 기저에 '내부총질' 트리거..조속한 반등 못하면 '위험'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지지율)가 취임 석달도 안돼 20%대로 내려 앉았다. 검찰 출신 인사 편중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에 이어 최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29일 한국갤럽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를 실시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8%, '잘못하고 있다'는 62%로 집계됐다.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지난주 조사 대비 4%p(포인트) 하락하고, 부정평가는 2%p 상승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7월 첫째주 조사(5~7일)에서 처음으로 부정평가에 역전당한 후(긍정 37%, 부정 49%), 계속해서 우하향하다 7월 셋째주 보합세(2주 연속 32%)를 보였는데, 결국 일주일만에 20%대로 내려앉았다. 취임일(5월10일)부터 계산하면 석달도 안 돼 30%가 붕괴된 것이다.
이는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과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속도라는 게 한국갤럽의 설명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약 2년 후인 2015년 1월말 조사에서 처음으로 20%대(29%)를 기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약 4년 후인 2021년 4월말 조사에서 20%대(29%)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과 '닮은꼴'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초 '광우병 파동'으로 20%대를 기록한 바 있으나, 윤 대통령과 달리 명확한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이서 달리 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윤 대통령과 비슷한 요인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노 전 대통령의 경우는 취임 1년차 3분기에 20%대로 내려 앉아, 윤 대통령보다는 느린 속도였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건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의 이탈을 방증하는 것이어서 분명한 위험 신호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매달 실시한 '주관적 정치 성향'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보수층은 32%(4월 32%, 5월 33%, 6월 31%)다. 윤 대통령이 20%대 지지율을 얻기 전 2주간 기록한 32%의 지지율은 보수층 비율과 일치했는데, 이것이 무너진 것은 보수층 이탈로 봐야한단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48.5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대통령실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수치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초반으로 내려앉았을 때, 더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하락한 건 지난 26일 권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과 '텔레그렘' 메신저로 나눈 대화 내용이 공개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사진에 담긴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에게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에 대한 답으로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때부터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대통령이 되면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준석 당대표가 윤리위원회 징계를 받은 후에도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절절하지 않다"면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고 말해 변하지 않은 의중을 드러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문자 내용)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추측을 가능케 하면서 '법과 원칙'을 강조한 윤 대통령을 향한 신뢰를 잃게 하는 트리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대통령실과 권 원내대표가 해명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보다 사적 대화가 유출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는 식으로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여당도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6%를 기록해 더불어민주당과 동률을 이뤘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난 5월 둘째주 14%p까지 앞서가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이는 이 대표 징계로 촉발된 당내 권력 투쟁 양상이 지속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힘을 합쳐도 부족한데, 계속해서 내부 분란이 이어진 데 따른 국민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에 '고정값'이 된 검찰 인사 편중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뒷배에 있다.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을 부정평가한 가장 큰 이유는 계속해서 '인사'(人事, 21%)였다. △경험·자질 부족 및 무능함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 △독단적·일방적이 각 8%, △소통미흡 6%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5% △경찰국 신설 4%가 뒤를 이었다.
특히 '독단적·일방적'과 '전반적으로 잘못한다'는 응답은 전주대비 각 3%p 상승했다. '경찰국 신설'은 처음으로 등장한 부정평가 이유다.
다만, 20%대의 지지율이 단발성으로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결정적으로 작용한 '문자 내용'이 지속해서 이슈화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빠른 시간 내에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윤 대통령이 과감하게 추진하는 각종 개혁 정책들이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 법과 원칙을 내내 강조했지만 국민들은 실제적으로 윤 대통령이 무엇을 보여줬냐고 반문한다"며 "뚜렷한 경제 회복은 요원한데 젊은 세대의 빚을 탕감하고, 인사 실패, 소통 부족, 안철수 의원과 연립내각 구성 실패, 과거 진보진영 고위공직자 영입 등을 보면 윤석열정부의 비전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보수인지 진보인지도 가늠이 어렵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중도층이 떨어져 나간데 이어 보수층 이탈 현상까지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또는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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