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2년, 주거안정 취지 무색..전셋값 뛰고 월세 가속화
기사내용 요약
2년 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 1억7900만원 올라
임대차법 2년 도래로 또다시 상승 압력 커져
월세화 빨라지는데 월셋값도 천정부지로 뛰어
"2+2 아니라 다양한 형태 제시 등 개선 필요"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이달 말로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을 맞는다. 무주택자 주거안정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임대차법 시행 2년 동안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그간 수억원씩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 상당수가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면서 월세대란이 가시화되고 있어 임대차시장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KB부동산의 월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7788만원을 기록했다.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2020년 7월 4억9922만원 대비 1억7866만원(35.8%) 올랐다.
2018년 7월(4억5046만원)부터 2020년 7월(4억9922만원)까지 서울 전셋값이 4876만원(10.8%) 오른 것과 비교하면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3배 넘는 속도로 급등한 것이다.
2년 전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가 비슷한 수준의 전셋집을 구하려면 2억원 가까운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폭등이다.
특히 서울에서 중저가 주택이 많이 몰려있는 강북권 평균 전셋값은 같은 기간 4억180만원에서 5억6059만원으로 1억5879만원(39.5%) 급등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전셋값이 안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문제는 4년 전에 임대차 계약을 하고 이번에 신규 계약으로 전환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미 30% 넘게 오른 시세가 크게 움직이지 않으니 그 사이 오른 전셋값을 감당해야 하는 세입자들 입장에서 보면 전세대란"이라고 말했다.
임대차3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지난 2020년 7월31일부터, 임대차신고제는 작년 6월부터 시행됐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 보장하고 재계약 때는 인상률 5%를 상한으로 묶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세입자들에게 추가 2년의 주거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 안정적으로 4년을 살 수 있게 하자는 게 법의 취지였다.
하지만 임대차3법이 세입자 보호라는 좋은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으로 오히려 세입자 시름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폭등한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월세시장으로 내몰리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체 주택 전월세거래 중 월세 거래가 50.2%(10만6692건)을 차지해 전세 거래량(10만5964건)을 3개월 연속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오는 8월부터 임대차법 시행 2년 도래로 전·월세 가격이 또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더해 최근 금리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 전세의 월세화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수석연구원은 "일부 세입자들은 크게 오른 전세금을 납입할 능력이 안되고 이자부담이 커지는 상황에 있다보니 임대차 형태가 급격히 월세화 되는 국면에 있다"고 설명했다.
월세를 찾는 세입자가 늘면서 월세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보증금은 2억398만원, 월세가격은 125만8000원으로 2년 전 1억2091만원, 월세 111만7000원에 비해 각각 8307만원, 14만1000원 올랐다.
특히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월세 가격은 2월 125만2000원, 4월 125만4000원, 6월 125만8000원 등으로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임대차법 도입 이후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 간 분쟁도 크게 늘었다. 계약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세입자와 예외 사례를 통해 이를 거부하려는 세입자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세입자가 나중에 실제로 실거주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의 분쟁이 잦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전셋값이 조금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신규 주택 입주 물량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그동안 전셋값이 급등한 데 따른 조정 성격이 강하다"며 "전셋값이 안정되려면 입주 물량이 늘어나야 하는데 서울은 여전히 수급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전세시장 불안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임대인과 임차인을 경쟁 관계로 만들었던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손 봐야 한다"며 "2+2를 못 박을게 아니라 당사자 사정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제시하고, 전월세상한제 5% 룰도 범주를 넓혀서 당사자 간 조율 과정을 거칠수 있게 만들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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