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4조 쥐고도 갈길 먼 SK이노.."연말까지 6조 이상 투자"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2분기 연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기준 4조원에 가까운 돈을 손에 쥐었다. 정유로 돈을 벌긴 했지만 시선은 완전히 미래로 향했다. 벌어들인 재원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그린사업에 30조원을 투자키로 한 약속을 지켜 딥체인지를 차질없이 이행한다는 목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배터리 사업의 연내 분기 손익분기(BEP) 달성하겠단 의지도 재차 강조됐다.
한 개 분기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역대급 실적은 2분기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사업 재고관련 이익 증가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설비운영 최적화 등이 고루 작용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올 들어 석유제품 수출 물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 실적 개선에 주요 원인이 됐다.
올 해 석유제품 수출은 큰 폭 증가해 반도체에 이어 상반기 주요 수출품목 2위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6500만배럴로 전년 대비 41.4% 늘었다. 석유사업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윤활유, 배터리, 배터리 소재 사업의 2분기 수출 실적(해외법인 매출액 포함)은 전체 매출의 71%다.
사업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살펴보면 △석유사업은 14조161억원(매출액), 2조2291억원(영업이익)을 △화학은 2조8928억원, 760억원을 △윤활유는 1조2280억원, 2552억원을 △석유개발은 3995억원, 1662억원을 △배터리는 1조2880억원, 영업손실 3266억원을 △소재는 621억원,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다.
석유사업 실적이 전사 실적을 견인했는데 고유가 영향 뿐만 아니라 설비운영 최적화와 트레이딩 손익확대도 보탬이 됐다. 회사 측은 "고유황 연료유(FO)와 저유황 FO간 스프레드가 사상 최대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2020년 신설한 No.2 VRDS(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마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VRDS란 감압증류공정의 감압 잔사유(VR)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화학사업은 납사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관련 손익 영향 및 고정비 증가에도 불구 선방했다. 수급이 견조한 파라자일렌 등 아로마틱 계열 중심으로 제품 스프레드가 개선돼 수익성을 지켰다는 평가다.
윤활유사업은 기유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음에도 불구, 유가 상승에 따른 윤활유 판가 상승 및 재고관련 손익 효과를 봤다.
회사 측은 "하반기 여러 경영 환경이 다소 우호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반기에는 2022년 초 신규 가동됐던 설비들이 안정적으로 램프업되고 원재료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완성차 업체들과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한 판가 조정 협의가 진행됨에 따라 하반기에는 추가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회사는 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 목표를 유지중이고 하반기 예상치 못한 경영환경 발생에도 적극 대응으로 손익 개선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형 성장도 자신했다. 회사는 "2017년 이후 (배터리 사업은) 매년 두 배 이상 성장세를 보여줬다"며 "올해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약 두배 이상 되는 7조원 중반대 혹은 그 이상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SK온은 또 연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셀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고객사와 지속 논의중임도 알렸다.
에쿼티 자본조달에 대해서는 "프리IPO가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 협상이 진행중에 있고 성격상 구체적 시기나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 SK온은 전일 독일 무역보험기관인 오일러 헤르메스(Euler Hermes),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총 20억 달러(약 2조6240억원)규모 투자재원 마련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3개 기관은 SK온이 해외 상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과정에서 보증을 서거나 보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자금은 헝가리 3공장 지원에 활용된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실적 고저에 관계없이 미래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스토리데이에서 2025년까지 5년간 30조원을 그린사업에 투자한다고 밝혔었다.
현재 배터리·소재뿐만 아니라 수소, 소형원자로(SMR),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그린 에너지 투자도 가시화되고 있다. 순환경제 분야에서도 SK지오센트릭이 지난 달 프랑스 기업 수에즈, 캐나다 기업 루프 인더스트리와 함께 폐플라스틱 재활용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투자에 잰걸음이다.
이날 회사 측은 "미래 포트폴리오를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 탐색하고 있다"며 "클린에너지, 수소, 리사이클 등 전반적으로 검토중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로 어느정도 투자의 집중이 이뤄지고 내부 검토가 완료되면 추가로 상세 내용을 공유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연간 기준 6~6.5조원 수준의 캐펙스(CAPEX-시설투자)를 예상한다"며 "기존 수주와 신규 수주에 대응키 위해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사업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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