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휘문 법인, 임대업자 불법 방조..손해배상 책임"

무등록 임대업자, 보증금 돌려막기..횡령 혐의로 징역형 확정

휘문고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서울 강남의 명문인 휘문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법인 소유 건물을 제3자에게 잘못 빌려줬다가 손해배상금을 물을 처지가 됐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A씨가 휘문의숙을 상대로 낸 임대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2억2천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7년 11월 보증금 2억5천만 원을 내고 휘문의숙 소유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주상복합 건물에 거주했으나 계약 기간이 만료된 2019년 11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휘문의숙으로부터 건물을 빌려 A씨와 재임대 계약을 맺은 신모 씨가 보증금을 횡령한 결과였다.

신씨는 2018년 11월 '보증금을 다른 사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저의 잘못으로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건물에 붙였다.

신씨는 건물 보증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보증금을 반환할 시기가 돌아오면 새 임차인들로부터 더 많은 보증금을 받아서 돌려주는 '돌려막기' 식으로 임대업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보증금 등 87억2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와 주택임대관리업자로 등록하지도 않고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임대업을 한 혐의(민간임대주택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12월 징역 7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A씨는 건물의 주인인 휘문의숙이 실질적인 임대 계약 상대방이었다며 보증금 2억5천만 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아울러 만약 휘문의숙이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도 신씨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방조한 책임이 있는 만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예비적인 주장도 폈다.

재판부는 계약의 당사자가 휘문의숙이 아닌 신씨라고 보고 보증금 반환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피고의 이사장 민인기와 담당 직원들이 과실로 신씨의 불법행위를 방조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며 휘문의숙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휘문의숙)는 신씨가 무등록 임대관리업을 하는 것을 알고도 임대계약을 갱신했고, 사립학교법에 따라 수익용 재산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데도 건물에 대해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아 신씨의 불법행위를 방조했으며, 전대차 계약에 동의하고 계약을 관리·감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도 전대차 계약의 법률관계와 임대관리업자 등록 상태 등을 면밀히 살폈어야 하는데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며 손해에 10%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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