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공공기관 정원 감축 예고..MB정부 이후 14년만
핵심 업무 아닌 경우 기능 축소
기능 조정에 따른 조직·정원 조정 12월 말까지 마무리
업무추진비, 10% 깎는다
정부가 내년 공공기관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공기관 정원 감축을 발표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지난 2008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발표 이후 올해가 14년 만에 처음이다. 과도한 간부직 비율을 줄이고 지방·해외조직을 효율화한다. 기획, 인사, 경영평가 등 지원 부서 인력도 조정 대상이다.
민간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경합을 하거나, 핵심적인 업무가 아닌 경우에는 기능을 축소한다는 원칙도 밝혔다. 이 같은 기능 조정에 따른 조직·정원 조정은 12월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직무 난이도와 보수를 연계한 직무급을 도입해 공공기관 보수 체계를 개편하고, 올해 하반기와 내년 업무추진비는 전기 대비 10% 이상 깎고, 내년 경상 경비는 올해보다 3% 줄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TF’를 구성해 기관별 혁신계획을 검토·조정하고, 조정이 완료된 기관부터 순차적으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계획을 확정해나갈 예정이다.
기재부는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은 조직·인력과 부채규모는 확대된 반면, 수익성·생산성 악화로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인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기준 33만4000명에서 올해 5월 44만9000명으로 11만5000명이 늘었다. 부채 규모는 499조4000억원에서 83조원 가까이 증가한 583조원으로 늘었다.
◇부행장·부문장·본부장 등 유사 직위 통폐합
우선 기재부는 내년 공공기관 정원은 원칙적으로 감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에 따른 감축 소요를 감안한 것이다. 또 과도한 간부직의 비율을 줄인다. ‘부행장’, ‘부문장’, ‘본부장’ 등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위를 통폐합한다.
기획·인사·홍보·경영평가 등 지원 인력은 적정 수준으로 조정한다. 목적·성과가 불분명한 타 기관 파견 인력도 줄인다. 구성원이 적은 단위 조직은 대부서로 전환한다. 관리 체계를 광역화해 관리 인력을 줄이는 것이다. 지역본부·지사·영업소 등 지방 조직과 해외조직은 사업 성과와 서비스 수요를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줄인다.
공공기관 임‧직원 보수는 솔선수범 차원에서 엄격하게 검토하고, 인건비 지출도 효율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임원은 경제상황, 기관의 재무 실적, 전반적인 보수수준 등을 고려해 오는 10월 조정할 계획이다. 직원의 경우 기관의 임금수준, 경영평가 결과, 공무원 처우개선율 등을 종합 고려해 12월 예산운용지침을 통해 적정수준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초과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유사 수당을 통폐합한다. 직무 난이도와 보수를 연계한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등 보수체계를 개편한다. 직무급 도입 사전 준비 단계로 기관마다 직무별 난이도, 업무량, 내용 차이 등을 분석한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업무추진비는 전기 대비 10% 이상 깎고, 내년 경상 경비는 올해보다 3% 줄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국가공무원에 비해 과도한 수준의 복리후생과 복무제도를 지양한다. 고교 무상 교육, 영유아 무상 보육 등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교육비·보육비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항목을 폐지한다. 해외파견(영어권) 자녀 학자금, 사택 관리비, 법정퇴직금 외 가산 등 감사원 지적 사항도 반영해 조정한다. 사내대출, 선택적 복지비 외 의료비 지원, 경조사비 등 과도한 복리후생도 조정 대상이다. 개별 공공기관이 복리후생 운영현황을 자율점검하고 외부점검단이 사후 확인해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 필요성 줄어든 기능들 축소 대상
당초 공공기관이 독점적으로 제공했던 공공서비스이지만, 민간 부문에서도 비슷한 기능이 성장해 민간과 경합하고 있는 기능은 축소 대상이다. 가령 숙박시설 운영, 민간이 수행 가능한 검사·인증사업, 지식재산 평가 등이 있다. 공공기관과 주무부처는 민간경합성을 스스로 점검, 경합성이 있는 경우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을 적극적으로 축소하고 기관 혁신 계획에 점검 결과를 포함해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공공기관보다 지자체에서 수행하는 것이 더 나은 기능도 줄인다. 지방하천 수질관리 업무, 지역 활성화를 위한 시가지 조성 및 낙후지역 개발 등이 꼽힌다. 골프장 관리·운영, 고유사업 외 해외사업 등 영역 확장 또는 수익 증대 등을 위해 확대된 기능은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시장수요·정책방향 전환 등으로 기능 수행 필요성이 줄었는데 기존 조직·인력을 유지하는 경우도 축소를 추진한다. 대단위 간척지 조성, 저축은행 부실자산 회수, 일자리안정자금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간 유사·중복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 기능 통폐합 또는 기능 조정을 추진한다. 기재부는 “특히, 최근 신설기관은 타 기관 등과 유사·중복기능을 중점 점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 때 새로 생긴 기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기능조정에 따른 조직·정원의 조정은 올해 12월말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조직·정원 조정 후 발생하는 초과 인원은 퇴직 등 자연 감소하는 인원을 고려해 일정 기간 동안 단계적으로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채용도 병행해 신규 채용 규모의 감소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다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민영화 프레임을 의식한 듯,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공공기관 종사자 대상 인위적 구조조정, 민영화는 추진 계획 없음”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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