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열차표 도둑'의 나라..하루 494명, 연간 18만명 적발

윤희일 선임기자 2022. 7. 29. 10: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임승차 91%..어른이 어린이 표로 탑승
승무원 검표 끝나면 곧바로 표 취소하기도
한국철도, "첨단 기술로 색출 나서겠다"
서울역 매표 창구. 경향신문 자료사진

‘열차표 도둑(열차 부정 승차자)’이 너무 많다. 요금을 내지 않고 타는 경우가 가장 많고, 어린이 표로 타거나, 열차에 타자마자 표를 취소하는 등 수법도 가지가지다.

한국철도(코레일)은 올해 상반기에 부정 승차로 적발된 사람이 9만 명에 이른다고 29일 밝혔다. 하루에 494명이 부정 승차로 적발되고 있다는 얘기다. 단속에 적발되지 않은 경우까지 합하면 열차 부정 승차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정한 수법으로 열차를 타다 적발된 사람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14만 건이던 부정 승차 건수는 2021년 17만 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18만 건 이상 적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것은 표를 사지 않고 KTX 등 열차에 오르는 ‘무임승차(무표승차)’다. 전체 단속 건수 중 91%가 이 무임승차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시간이 급하다는 이유로 표를 사지 않은 채 기차에 탑승했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듣지만 처음부터 요금을 내지 않겠다고 작정하고 타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어른이 어린이 표를 이용해 열차에 타거나 청소년 대상 할인 승차권을 사서 승차하는 사례도 많다고 밝혔다. 열차가 출발한 뒤 10분까지는 예매를 취소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해 승차 후 승무원의 검표가 끝나자마자 예매를 취소하는 사례도 많다. 정기승차권을 구매 후 바로 반환하고 나서 열차를 이용하다가, 적발되면 “정기승차권을 깜빡 잊고 왔다”라면서 구매 시 영수증 등을 제시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한국철도가 열차 부정 승차자를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한국철도는 첨단 IT(정보통신) 기술과 빅데이터 정보를 이용해 단속에 나선다.

한국철도는 우선 이달부터는 반환된 승차권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부정 승차를 적발하는 데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밖에 빅데이터를 통해 무임승차 등의 행위가 많은 구간에 대한 정보를 확보한 뒤 이 구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열차 부정 승차자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가산금을 높이는 등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열차 역에는 개찰구가 없어 승객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만큼 열차표 도둑이 늘어날 가능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따라서 무임승차 등으로 단속됐을 때의 가산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열차표를 위조하거나 변조했다가 걸리면 규정 요금의 30배를 내야하고, 어린이 표나 청소년 표를 어른이 이용했다가 단속되면 규정 요금의 10배를 내야 한다. 그러나 단순한 무임승차를 했다가 걸린 경우에는 요금의 50%만 더 내면 되기 때문에 다른 사례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 박 모 씨는 “우리 철도는 개찰구가 없어서 무임승차를 시도하기가 아주 쉽다”라면서 “무임승차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가산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문제와 관련, 시민 A씨는 “열차 시간이 촉박할 때는 탑승한 뒤 승무원에게 결제하면 되는 줄 알고 열차에 탔는데, 승무원으로부터 이런 경우 50%의 부과요금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런 제도를 알게 됐다”면서 “역의 매표소 등 잘 보이는 곳에 ‘어떤 사유라도 발권을 하지 않고 탑승 시 부과요금이 발생한다’라는 안내 문구를 붙이는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철도는 “피서객이 늘어나는 이달 말부터 8월 5일까지와 광복절 연휴 기간 부정 승차를 보다 강력하게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