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경기 침체를 침체라 부르지 않겠다는 미국

이정훈 2022. 7. 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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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GDP 마이너스 성장에 '기술적 침체' 국면 진입
바이든도, 옐런도 "둔화는 맞지만 침체는 아니다" 반박
미국인들 '침체'로 판단, NBER 공식 판단엔 부합 안돼
전문가들도 "침체 판단 시기상조"..침체 향하는덴 동의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작년도 역사적인 수준의 경제 성장에서 벗어나고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때 사라진 민간 일자리를 모두 회복한 지금 경제가 둔화하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미국 경제는 올바른 경로 위에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하곤 있는 건 맞지만,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가계는 주머니를 열어 소비하고 있고, 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으니 경기 침체라고 할 수 없다. 현 상황은 침체기가 아닌 과도기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미국 경제가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날 민간에선 2개 분기째 역(逆)성장이 이어진 걸 `기술적 침체(Technical Recession)`라고 불렀지만, 바이든 대통령도, 옐런 재무장관도 이렇게 경기 침체란 말 따윈 입에 올리지 말라고 했다.

28일(현지시간) 상무부가 공개한 2분기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전기대비 -0.9%(연율 환산)였다. 시장 전망치인 +0.3%에 한참 못 미치는 `쇼크`였다. 1분기의 -1.6%에 비해 다소 감소폭이 줄긴 했지만,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2분기 이후 2년 만에 다시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세부지표를 들여다 보면, 개인 소비지출은 1% 증가하긴 했지만, 증가율이 크게 꺾였다. 서비스 지출은 4.1%나 늘었지만, 비내구재와 내구재 소비는 각각 -5.5%, -2.6%였다. 특히 향후 소비가 줄어들 걸 예상한 민간 기업들의 재고투자를 크게 줄인 게 성장률을 2%포인트나 깎아 내렸다. 뛰는 금리에 주택경기가 악화하니 주거용 건설투자는 14%나 급감했다.

미국의 분기별 GDP 성장률과 주요 항목별 기여도

이 모든 게 그동안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정책금리를 올려댄 통에 주택경기가 꺾였고 소비경기까지도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11월 중간선거를 넉 달 정도 앞둔 상황에 30%대 중반의 국정수행 지지율로 고전하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적어도 경제주체들의 심리라도 꺾이지 않게 하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달 8~10일 중 폴리티코가 모닝컨설트와 함께 투표권을 가진 미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65%가 “미국 경제는 현재 경기 침체에 들어섰다”고 답했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의 경우 무려 78%가 경기 침체라고 판단했다. 민주당 지지자도 53%가, 지지 정당이 없는 중도층도 65%가 각각 지금을 경기 침체라고 봤다.

다만 미국에선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일은 8명의 경제학자로 구성된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맡고 있다. 이 연구소는 GDP 외에도 실질 개인소비지출, 고용, 비농업 신규일자리, 실질 소득, 산업생산 등을 함께 보고 판단하는데, 이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NBER이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2009년이나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은 NBER이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라고 판단했던 때였는데, 두 경우 모두 이들 6가지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그러나 지금은 GDP나 실질 개인소비지출 정도만 꺾였지만, 나머지 지표들은 여전히 우상향 중이다. 실제 최근 석 달간 비농업 신규일자리는 월평균 38만개씩 늘었고, 실업률은 50여년 만에 최저인 3.6%다.

바이든과 옐런이 죽도록 경기 침체가 아니라고 외치는 근거가 바로 이 것이다. 그래서 하루 전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현재 미국이 경기 침체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노동시장이 매우 강한데 침체에 진입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일단 지금까지는 경기 침체라고 주장하는 쪽과 아니라는 쪽으로 나눠져 있지만, 경기 침체라고 하기 이르다는 쪽이 우세하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 경제가 침체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데엔 대부분이 동의한다.

데이빗 로젠버그 로젠버그리서치 창업주 겸 대표는 “NBER이 공식적으로 침체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는 건 미친 짓”이라며 “그들은 역사적으로 늘 실물경제가 침체로 간 뒤 6개월 이상 지나서야 침체라고 판단해 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NBER의 모든 지표에 다 들어맞진 않지만, 분명 경기 침체가 온 건 맞다”며 “침체가 아니고선 지금 같은 상황을 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 경제 전망에 관한 한 월가 최고 전문가인 마크 잔디 무디스 어낼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침체인 건 아니지만, 확실한 건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경제가 거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곧 정체에 다다를 것”이라고 봤다.

팀 퀸란 웰스파고증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당장 2분기 GDP 성장률만 놓고 경기가 침체냐 아니냐 판단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고 전제하면서 “실질 소비는 늘고 있고 고용도 여전히 양호해 경기 확장세가 끝났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경제가 침체로 갈 시기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이날 뉴욕증시는 전날에 이어 또 한번 상승랠리를 펼쳤다. 경기 침체냐 아니냐 판단보다 ‘이쯤 되고 보니 이제 연준이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은 못하겠지’하는 계산이 앞선 때문이었다.

맥스 웨서먼 미라마르캐피탈 창업주 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나온 GDP 성장률을 보고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말한 금리 인상 속도조절이 임박했다는 걸 느낀 것 같다”며 “이제 75bp니, 100bp 인상이니 하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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