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시험지 해킹 유출 사건.. 범인은 '서울대 컴공' 꿈꾼 고등학생

"답안지 유출한 두 친구, 공부·운동 잘하기로 유명했던 모범생" 동급생 증언

지난 26일 광주 서구 대동고등학교 본관 4층 2학년 교무실이 잠겨있다. 뉴시스

교사의 컴퓨터를 해킹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 문답을 빼돌린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평가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광주 대동고 2학년생 A군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답안지를 유출한 두 친구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기로 학교에서 유명한 친구들이었다”며 “원래 모범생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A군은 “한 명은 전교 7등, 다른 친구는 20등 하던 친구였으니까 둘 다 성적이 상위권이었다”고 했다. A군은 “이 친구 목표가 서울대학교 컴공(컴퓨터공학과)으로, 애초에 컴퓨터를 잘해서 그쪽으로 생각하는 거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1등급이어서 제가 알기로는 이번도 1등급 나온 거로 알고 있는데, 그 20등 하던 친구가 기말고사 때 아예 전교 1등을 해버렸다”고도 했다.

A군은 시험지 유출 발각 과정에 대해 “기말고사 때 시험지에 답을 적어놓은 걸 찢어서 학교 뒤 쓰레기통에 아주 잘게 찢어서 버렸는데 다른 반 친구가 그 반에 있었다가 그걸 보고 ‘어? 뭐지?’ 하면서 쓰레기통에 있던 종이를 빼내 퍼즐처럼 맞췄다”며 “거기에 적힌 답이 답안지와 비교해보니까 거의 다 100점이니까 그 순간 소름이 돋았나? 친구들끼리 얘기하다 그 친구 중 한 명이 부모님한테 말했고, 그 부모님이 학교에 전화해 다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처음에 경찰 조사에도 뭐가 안 나왔을 때 20등 하던 친구만 다들 알고 있었는데 그때는 자기 억울하다면서 학교에서 울었다. 자긴 계속 아니라고 하면서 축구도 더 하고 놀 거 다 놀고 그랬으니까 애들 입장에서는 알고 나니까 더 소름 돋았다”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해당 학교는 재시험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라 1학기 때 열심히 공부해 등급 잘 나온 애들은 억울하고 속상할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학교나 교육청에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보안에 신경 쓰고 책임져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6일 시험지 유출이 있었던 광주 서구 대동고의 모습. 연합뉴스

앞서 광주광역시 소재 대동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기말고사시험 답안 유출 사건은 이 학교 2학년생 B군과 C군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중간고사 때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7일 광주 서부경찰서는 학교 교무실에 침입해 컴퓨터 수대에서 시험 답안을 빼돌린 혐의(업무방해·건조물침입 등)를 받는 B·C군이 기말고사 외에도 1학기 중간고사에서도 비슷한 범행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중간 7과목, 기말 9과목 등 16과목의 문답을 일부분 또는 온전히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B군 등은 한밤중 교무실 여러 곳에 침입해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화면 내용을 빼내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학교에 아무도 없는 심야 시간대에 잠금장치가 해제된 창문을 통해 교무실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범행은 한 학생이 기말고사 때 ‘커닝페이퍼’를 찢어버린 조각을 교실 안 쓰레기통에 남기면서 들통났다. 다른 한 명은 문답 풀이 과정을 숙지하고 시험에 임해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경찰은 B군 등에 대해 성적 평가 등 학사행정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우선 적용했고, 교무실에 숨어 들어간 행위에 대해 건조물침입죄를 추가로 적용할 예정이다. 시험 문답을 빼내기 위해 교사의 노트북(랩톱) 컴퓨터에 접근한 방법을 두고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