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불발에..日정치권 "매우 문제" 재추진 요구

김예진 2022. 7. 2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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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경제산업 부대신까지 나서 "정말 놀라…매우 문제"
당내 보수파 비판 받을라…기시다 총리 재추진 서둘러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

[도쿄=AP/뉴시스]지난 20일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언하고 있다. 2022.07.29.


일본 정부가 추진하던 내년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 사도(佐渡)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한다는 목표 실현이 어려워졌다. 정부는 여야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보수파 반발에 대비해 재추진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29일 요미우리 신문, 지지통신에 따르면 '세계유산 등록을 실현하는 의원 연맹'의 사무국장 호소다 겐이치(細田健一) 경제산업 부(副)대신(자민당)은 도쿄에서 기자들에게 "정말 놀랐다. 내년 등록을 위해 순조로운 과정을 밟고 있다는 인식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사도광산이 있는 지방자치단체) 니가타(新潟)현과 사도시에 정보 공유도 하지 않았다. 매우 문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8일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해 '정부 추천서 미비'로 내년 등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1 야당 입헌민주당의 니시무라 지나미(西村智奈美) 간사장도 "너무나 불분명한 것이 많다. 경위를 밝히고 등록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헌민주당의 한 간부는 "등록이 늦어지면 관광업 등에도 영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집권 자민당은 29일 세계유산 등록을 실현하는 의원 연맹, 외교부회 등 합동 회의를 열어 정부의 일련 경위에 대해 공청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부의 '추천서 미비' 배경에 한국과의 관계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는 모습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이 지난 2월1일 제출한 추천서에 대해 유네스코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도광산 내 '도수로' 단절 부분에 관한 "설명이 누락됐다"는 게 이유였다.

문부과학성 등 일본 정부는 "기재는 충분하다"며 추천서를 그대로 심사를 받도록 돌려보냈다. 요시모토 히로시(義本博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이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협의해 재고를 촉구했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기존 입장을 꺽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네스코가 각국에 되돌려보내는 추천서는 매년 20% 정도 된다. 하지만 일본으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지통신은 "(사도광산) 추천 각의(국무회의) 양해가 2월1일로 (유네스코) 신청 기한 당일이었다. (추천서의 기한 마지막날 제출로) 예비심사를 받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정부의 각의 결정이 늦어진 것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기한까지 아슬아슬하게 판단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자민당 보수파는 추천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외무성에서는 "사도광산은 강제노동의 현장"이라고 비판하는 한국과 관계가 한층 더 꼬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추진할 경우 미국의 노여움을 살 우려도 있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 간의 관계 강화를 중시한다.

[마드리드=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07.29. photo1006@newsis.com


당초 비둘기파인 기시다 총리는 사도광산 추천을 보류하기로 했다가, 추천을 요구하는 자민당 보수파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추천을 결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추천 요구 중심에는 이달 초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있었다. 그는 사도 광산의 등재를 지원하는 의원 연맹 고문을 맡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월20일 자신이 수장이자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 총회에서 "한국과의 논전을 피하는 형태로 등록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고 밝혔다. 추천 보류를 검토했던 정부에 대한 경고였다.

이후 1월28일 기시다 총리는 추천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물밑에서도 기시다 총리에게 추천 결단을 촉구했다.

기시다 총리는 사도광산 등재 추진 움직임이 둔화되면 보수파로부터 "아베 전 총리의 유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추천서 재제출을 서두르는 등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자민당 보수파 반발이 자신을 향할까 걱정하고 있다.

특히 정부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한국을 배려해 손을(재추진을)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노역했던 현장이다. 에도(江戶)시대(1603~1868년)부터 유명한 금광이었으며 태평양전쟁 때는 구리, 철 등 전쟁물자를 캐는 데 활용됐다.

이에 일본은 사도광산 등재를 위한 기간을 에도시대까지로 한정하고 있다. 꼼수인 셈. 일본 정부는 사도 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TF팀도 마련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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