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 5번째 통화서도 갈등만 확인..대만 문제로 '또' 충돌

정윤영 기자 2022. 7. 2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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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바이든, 2시간 17분 통화..대면 회담 개최키로
미 서열 3위 펠로시, 대만 방문 가능성에 중국 발끈.."불장난 마라" 거듭 경고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과 중국 정상이 지난 3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수화기를 들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다시 내려놨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28일 오전 8시33분(한국시간으로 밤 9시33분)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회담을 했다.

통화는 2시간 17분 만에 종료됐다. 양측은 첫 대면 회담 개최를 합의하고 기후 변화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현안에서 충돌했다.

미·중 정상의 직접 대화는 4개월 만이자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5번째다. 영국 가디언은 "통화 직후 미중 정상이 큰틀에서 합의한 발표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NYT는 "양측은 오래된 현안과 최근 몇달간 쌓인 갈등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美 서열 3위' 펠로시, 대만 방문 가능성에 中 폭발…"불장난 마라"

이번 통화에서 양측이 경색된 미·중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는 극히 낮았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미·중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며칠간 브리핑 때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에 대해 "불장난 행위를 중단하라", "(대만 방문에 따른) 결과를 감당해야할 것", "우리는 싸울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한다면 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절대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 "미국이 고집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날 역시 시 주석은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은 14억 중국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며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면서 "미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면서 중미 3대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언행일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중국 측이 지난해 11월 나눈 통화에서도 비슷한 언어를 사용했다며 "함축적 의미를 해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시 주석, 사회·경제 위기에 입지 '흔들'…'최악의 시나리오' 경고도

당초 예상보다 중국의 반발이 거세자 미 당국자들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강행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계획을 무산시키지도 못한 채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이토록 예민하게 공격성을 띠는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시 주석이 3선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11월 당 대회(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국내에서 각종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NYT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도 못했을 뿐더러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고 주택 담보대출, 부채 위기로 경제가 상당히 둔화했다"고 짚었다.

시 주석의 굳건하던 국내 입지가 경제적 사회적 문제로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까지 나서서 '내정간섭'을 하자 중국의 신경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대만 관련 정책 기조를 '전략적 모호성(ambiguity)'에서 '전략적 명료성(clarity)'으로 점차 옮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해 미국이 대응법을 모호하게 제시함으로써 양안 관계가 지나치게 긴장되는 것을 막으려는 정책 기조다.

알리 웨인 유라시아그룹 선임연구원은 미·중 정상의 직접 통화가 적어도 대만을 둘러싼 계산 착오를 방지하는데 도움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은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속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파괴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의 양시위 선임연구원은 영문판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 계획을 포기한다면 두 대통령 간 회담의 중요한 성과가 될 것"이라며 "이는 전 세계에 강력하고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만일 미국이 계획을 밀어붙일 경우 이는 미중 관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세계 정치·경제 상황에 큰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공개적으로 약속을 수차례 했지만, 이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수차례 입증됐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 특히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는 것이 상황을 악화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한 대면 정상회의 개최 일정은 11월 전후로 성사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정상이 시기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또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제(APEC)회의를 계기로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는 양국 정상이 두 회의에 대면으로 참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2.07.20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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