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내 연애가 아니다>태양처럼 뜨겁진 않아도 가슴 울리는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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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기다리는 책들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책들이 와야 여름을 실감한다.
여름 태양처럼 뜨거운 사랑이나 여름 숲처럼 싱그러운 연애는 없다.
대신, 이 '여름 책'들은 사랑과 연애라는 삶의 어느 구간에서 마주할 생경한 장면들을 들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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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기다리는 책들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책들이 와야 여름을 실감한다. ‘이 계절의 소설’로 선정된 작품을 묶은 ‘소설 보다’(문학과지성사)의 여름 편. 그리고 물속에서 읽어도 젖지 않게 만든 ‘워터프루프북’(민음사)이다. 얼마 전 ‘소설 보다 여름’을 받아 보곤 ‘아 여름이군’ 했는데, 본격 휴가 시즌에 출간하는 ‘워터프루프북’까지 입수했으니, 지금은 아주 한창 여름인 거다. 지하주차장(집-회사)을 오가며 무뎌진 계절 감각은, 책에 둘러싸이는 직업 덕에 이렇게 깨어난다.
하나는 제목에서부터 계절감이 물씬 풍기고 또 하나는 방수 종이라 촉감 자체가 여름인데, 정작 책은 ‘여름’이 주는, 혹은 기대되는 감각과는 조금 ‘다른’ 소설들로 채워져 있다. 여름 태양처럼 뜨거운 사랑이나 여름 숲처럼 싱그러운 연애는 없다. 대신, 이 ‘여름 책’들은 사랑과 연애라는 삶의 어느 구간에서 마주할 생경한 장면들을 들이민다. 예컨대 최진영 작가의 ‘가족’(‘워터프루프북’)에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 수호와 주은이 등장한다. 이들은 수호의 부모를 만난 후, 가족이란 것이 세상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가장 먼 사이가 되는 쓸쓸한 과정임을 깨닫는다. “만나자마자 멀어지는 거야. 서로의 한쪽만을 보면서 서서히 멀어지는 거지.” 또 김지연 작가의 ‘포기’(‘소설 보다 여름’)는 화자인 미선의 전 남자친구 민재가 사촌을 포함해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잠적하는 이야기다. 미선은 직장생활이 바쁘면 그 사실을 잊었다가, 만나면 때려주겠다는 사촌을 말리다가, 아주 가끔 덤덤하게 민재를 걱정한다. “잘 지내고 있는 걸까? 도대체 왜 그런 짓을 벌인 걸까?”
시원한 휴가 특집 같은 연애소설을 소개하고 싶었는데, 약간 ‘이상한’ 얘기들을 내놓고 말았다. 날씨 탓을 하려다 가만 생각해보니, 소설은 충분하다. 우리가 진짜 서늘해지는 순간은 익숙한 것의 이면을 볼 때 아니던가. 낭만 따윈 없을 것 같은 제목이지만 두 소설 속 인물들은 낯섦과 이상함과 불가해를 받아들이는 게 사랑임을 안다. 자책과 비난 대신 존중으로 사랑해 나가는 모습도 가슴을 일렁이게 했다. 점점 멀어지더라도 “오늘은 가장 가까이 있으니까” 함께 살고 싶다는 수호의 고백이 그랬고, 행방이 묘연한 민재가 이제는 잠적해야 했던 일에서 벗어났는지 궁금해하다가 “그 답을 알 수 있을 사람들 몇몇이 그의 곁에 있기를” 바라는 미선의 마음이 그랬다.
덥다. 한여름 소나기 같은 ‘여름 독서’를 권한다. 사랑하기보다는 사랑 얘기하기가 더 좋은 계절이니까.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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