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선한 영향력' 남기는 작업.. 앞으론 '디지털 추모관' 대세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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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죽음은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라 반드시 겪어야 하는 바로 나 자신의 일입니다. 여한이 없을 정도로 행복하게 잘살고, 사후에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기억을 가질 수 있다면 가장 좋겠죠. 이렇게 하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가족이 없는 분들을 위해서는 이렇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공공적 시스템도 확충돼야 합니다."
"허망한 죽음을 막으려면 일단 본인이 항목별로 준비해야 합니다. 임종 직전에 하면 늦죠. 어디서부터 무얼 준비해야 할지 모르므로 기준과 지침이 필요합니다. 단계적으로 생각하면서 가족들과 상의도 해봐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은퇴한 후 여생을 잘 보내다 마지막을 맞고자 하는 '슈카쓰(종활·終活 )'가 유행하고 있는데 슈카쓰의 도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엔딩노트'입니다. 장례용품 회사 창업자 이시하라 마사쓰구(石原正次) 씨가 창안했죠. 이게 우리 실정과 문화에 안 맞아 한국사회 풍습에 맞게 만든 것이 '키퍼스노트'고요. 저의 책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유품정리사의 일'(김영사)에 소개돼 있는데 테마·내용·목적에 따라 13가지 항목을 다루고 있습니다. 상속과 재산, 유언과 신탁, 간병과 후견, 인간관계, 고독사(孤獨死) 위험, 자서전, 임종, 장례, 소유물 정리, 디지털 유산, 반려동물, 추모 등의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신을 회고하면서 꼭 필요한 웰다잉 도구로 쓸 수 있어 유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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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인터뷰 - ‘대한민국 1호 유품정리사’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
예전 무역회사 경영하던 중에
젊은 직원 돌연사로 충격 받아
日 연수후 유품정리 회사 설립
韓 장례문화 초보적 수준 그쳐
장사 치르기 급급 ‘추모’ 실종
20년후 베이비부머 본격 사망
多死 인해 추모공간 변화 전망
개인 홈피가 납골묘 대체할 것
부산 = 김기현 기자
“결국 죽음은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라 반드시 겪어야 하는 바로 나 자신의 일입니다. 여한이 없을 정도로 행복하게 잘살고, 사후에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기억을 가질 수 있다면 가장 좋겠죠. 이렇게 하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가족이 없는 분들을 위해서는 이렇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공공적 시스템도 확충돼야 합니다.”
지난 25일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21층 창업공간 사무실에서 만난 김석중(53) 키퍼스코리아 대표는 “이런 희망과는 달리 우리 장례문화는 너무 왜곡돼 있고 개선을 위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드물다”며 현실을 지적했다. ‘키퍼스’는 ‘고인의 품위를 지켜주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키퍼스코리아 사무실 한쪽 칠판에는 현재 수주를 받아 제작 중인 한 고인의 디지털추모관 제작에 대한 자세한 계획이 적혀있고, 한쪽 벽면에 수없이 붙어있는 견출지에는 고객에 대한 상황별 유품정리와 분석과정이 메모돼 있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 1호 유품정리사’로 불린다. 유품정리의 가치와 필요성을 느껴 일본 연수까지 거친 후 전문회사를 설립해 최초로 체계적인 유품정리 서비스를 도입했고, 15년째 죽음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장례지도사이자 부산과학기술대 장례행정복지과 외래교수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는 그는 무역유통회사까지 경영했으나 젊은 직원이 돌연사한 데 충격을 받아 생업을 접고 죽음 관련 사업에 투신했다.
한국 장례 실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전반적인 상조 산업은 엄청나게 발전해 있는 데 반해 장례문화는 너무 초보적 수준”이라며 “빨리빨리 장사 치르는 데만 급급해 마음을 나누는 이별의 추모 문화는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 장례는 매장에서 화장으로 대부분 바뀌었지만 이제 납골당도 모자라 유골을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자연 산분장(散粉葬) 시대가 곧 옵니다. 당장 10년 뒤부터 시작해 20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들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주변 연령대까지 포함하면 이 숫자가 무려 1000만 명에 달합니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감당이 안 돼 대혼란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장례문화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대부분이 병원 중환자실이나 요양병원에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유품정리도 제대로 없이 주로 3일간의 장례 동안 순식간에 모든 일이 끝나 버리죠. 이렇게 준비 없이 갑자기 맞이하는 죽음은 허망할 수밖에 없고,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줍니다. 죽음을 혼자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혼자 맞이해서도 안 됩니다. 배우자나 가족들과 미리 상의하면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추산해 보고 역할 분담을 하면서 준비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합니다. 주변에 조언도 받아봐야 하고요. 아까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유족들이 장례 이후에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복귀할 수 있는 연착륙이 필요합니다.”
―유품은 무엇이고, 유품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상속재산과 물품이 먼저 떠오르지만 고인이 남긴 일기·사진·유지·유훈·각종 메모와 포괄적인 정보, 추억까지 모두 유품입니다. 요즘은 휴대전화·컴퓨터 등과 클라우드·SNS·이메일 등에 남겨진 기록도 포함되고요. 앞으로는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유품정리를 단순히 없애는 것으로 생각해 가치 있는 유품까지 버려지고 있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집을 정리해 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습니다. 유족(상속인)의 요구사항에 따라 일일이 목록과 물품을 정리하고 계속 물어보면서 보관할 것과 버릴 것을 정합니다. 보통 하루에서 1주일이 걸리죠. 디지털 추모공간 마련의 경우, 길게는 첫 제사 때까지 1년 정도가 걸리기도 합니다. 유족들이 하는 실수는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물품 몇 개만 찾아내고 나머지는 무작정 쌓아놓은 경우인데 이러면 정리가 더 어렵습니다. 결국 폐기물 청소업체에 의해 대부분 깡그리 버려집니다. 고인들이 준비한 것을 잘 찾아내 유족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무시하면 소중한 추억이 통째로 없어질 수도 있죠.”
―유품정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고인을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하는 것입니다. 남겨진 흔적으로 남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가장 좋죠. 고인이 살아생전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미친 ‘선한 영향력’을 최대한 남겨야 하기에 취사선택이 필요합니다. 이미 사망했으므로 고인이 ‘나쁜 영향력’을 준 것이라든지 부끄러운 면 등은 적절히 없애야 합니다. 각종 기록과 유품이 진정으로 고인을 위해 한 것인지 고인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작위적으로 한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죠. 여기에는 유족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고인이 생전에 조금씩 준비해 왔으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다사(多死) 사회로,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20년 뒤 베이비부머들의 본격적인 사망과 1인 가족 증가에 따른 핵가족화,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향후 각종 문제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는데 위기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미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단카이(團塊)세대(1947∼1949년 출생)의 죽음에 대비해 적절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단카이세대는 3년인데 우리 베이비부머는 8년간이나 돼 장기적으로 더 심각할 것입니다. 타임머신처럼 우리의 미래와 대책까지 일본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 일본은 장례선진국이죠. 유품정리가 정착화돼 있고 죽음에 대해 모든 것을 다루는 ‘엔딩 박람회’까지 열립니다. 이 분야 시장규모는 연간 50조 원이며 많은 인력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고령자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키퍼스노트’는 무엇인가요.
“허망한 죽음을 막으려면 일단 본인이 항목별로 준비해야 합니다. 임종 직전에 하면 늦죠. 어디서부터 무얼 준비해야 할지 모르므로 기준과 지침이 필요합니다. 단계적으로 생각하면서 가족들과 상의도 해봐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은퇴한 후 여생을 잘 보내다 마지막을 맞고자 하는 ‘슈카쓰(종활·終活 )’가 유행하고 있는데 슈카쓰의 도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엔딩노트’입니다. 장례용품 회사 창업자 이시하라 마사쓰구(石原正次) 씨가 창안했죠. 이게 우리 실정과 문화에 안 맞아 한국사회 풍습에 맞게 만든 것이 ‘키퍼스노트’고요. 저의 책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유품정리사의 일’(김영사)에 소개돼 있는데 테마·내용·목적에 따라 13가지 항목을 다루고 있습니다. 상속과 재산, 유언과 신탁, 간병과 후견, 인간관계, 고독사(孤獨死) 위험, 자서전, 임종, 장례, 소유물 정리, 디지털 유산, 반려동물, 추모 등의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신을 회고하면서 꼭 필요한 웰다잉 도구로 쓸 수 있어 유용할 것입니다.”
―선진장례 방식인 ‘디지털 추모관’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산분장 시대에 납골묘까지 없어지면 유족들이 너무 허망해 추모공간은 디지털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고인에 대한 추억을 담은 개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방식이죠. 친환경적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이 길밖에 없어 관련 사업이 급성장할 것입니다. 우리도 지난 2019년부터 직원들과 함께 디지털추모관을 만드는 플랫폼의 유품정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일단 고인의 생애와 연혁 등 순서에 맞춰 유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뒤 사진촬영 등으로 디지털화하고, 파일로 저장해 만듭니다. 요즘은 동영상도 추가되고 있고요. 고인의 좋은 기록과 추억을 남기려면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합니다. 당장 이렇게 하면 자주 오기 힘든 고인의 해외 거주 자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첨단기술까지 접목해야 하는 디지털추모관 전망은 어떤가요.
“10∼20년 뒤 한국의 다사 사회 직후 중국은 곧바로 엄청난 인구의 대량 다사 사회가 옵니다. 1980년 이후 1인 1자녀 갖기를 강제해 이들의 부모들이 사망하면 이런 시대가 오죠. 아시아권 전체도 비슷합니다. 디지털추모관은 가장 효율적으로 고인의 추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정보기술(IT)이 발전한 한국이 이를 선도하고, 관련 콘텐츠와 노하우를 축적해 정착시키면 중국 등으로의 수출이 가능합니다. 많은 플랫폼이 생기면 엄청난 부가가치와 함께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후배들에게 물려주듯이 문화는 층층이 계단처럼 내려옵니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세대별로 정착이 될 것입니다. 다양한 자료와 정보에 대한 소유권·저작권 보호와 보안을 위해 첨단기술도 접목해야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살아생전에 고인이 남긴 유언과 신탁의 위·변조를 방지하는 데 필요하고, 대체불가능토큰(NFT)은 저작권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각종 자료를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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