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사먹지 말라는 화섬노조, 동료 제빵기사는 나몰라?

김동현 2022. 7. 2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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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민노총, 개별교섭권·타임오프제 요구하며 파리바게뜨 불매운동
한노총, "자사 제품 불매운동 하는 노조는 없다"…"불법 멈춰라"

[서울=뉴시스] 2021년 4월 서울 대방동 SPC미래창조원에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해 설립된 ‘피비파트너즈’가 출범 3년째를 맞아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와 새로운 비전을 알리는 선포식을 진행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현군 한국노총 부위원장, 이중희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장, 황재복 대표이사, 전진욱 노조위원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의 모습(사진=SPC그룹 제공)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을 놓고 제빵기사들이 각각 가입한 노조 별로 '노노(勞勞) 갈등'이 확산될 조짐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화섬식품노조(화섬노조)가 SPC그룹을 상대로 사회적 합의 이행과 노조 파괴 행위 중단을 요구하면서 파리바게뜨 불매 운동을 전개하자 한국노총 산하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식품노련)이 이를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식품노련은 "만약 화섬노조 측 불매 운동이 장기화할 경우 파리바게뜨 5000명 제빵기사 직원들의 일자리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며 "어떻게 근로자가 같은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는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느냐"고 밝혔다.

SPC그룹도 노노 갈등에 난감한 입장이다. 노노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양측 노조 눈치를 모두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SPC그룹 측은 향후 대표 교섭 노조인 식품노련과 함께 화섬노조를 설득해 노노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화섬노조, 사회적 이행 앞세워 '개별교섭권' 달라 요구

SPC그룹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민노총 화섬노조 소속 제빵기사들은 SPC그룹 본사를 상대로 2018년 마련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는 요구와 함께 한노총과 주도권 싸움에서 SPC 측이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상대적으로 강성인 민노총 화섬노조가 갈수록 노조 세력이 약화된 것을 SPC 본사 측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파리바게뜨 5000명 제빵기사들은 한노총 소속 식품노련과 민노총 소속 화섬노조로 양분해 노조에 가입했는데, 2017년 700명에 육박하던 화섬노조 측 조합원은 현재 200여명으로 줄었다. 그만큼 제빵기사들의 입장 대변에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반면 한노총 식품노련 소속 제빵기사들은 4000여명에 달한다.

이들 양대 노조가 현재 사회적 합의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사가 합의해 사회적 합의 항목들을 마련했을 때는 화섬노조가 노조의 주도권을 잡고 협상에 임했다. 하지만 이후 노조원들이 잇따라 탈퇴하고 식품노련 소속으로 옮겨가며 화섬노조는 사측과 대표 교섭권조차 잃는다.

이에 화섬노조는 SPC 본사에 개별 교섭권과 함께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 등을 요구했고, 한노총 반대에 부딪히자 사회적 합의 이행이 되지 않는다는 다른 명분을 내세워 SPC그룹 양재동 본사 앞에서 장기간 천막농성과 단식투쟁, 불매운동이라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식품노련,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화섬노조의 몽니 비판

하지만 정작 대표 교섭단체인 식품노련은 화섬노조 측의 이 같은 행동들이 '몽니'라고 비판한다. 식품노련 한 관계자는 "화섬노조의 목적은 개별 교섭권과 타임오프제 획득인데 왜 이와 관련도 없는 사회적 합의 이행이 안됐다고 트집을 잡으며 사태를 부정적으로만 몰고 가고 있다"고 밝혔다.

식품노련은 2018년 SPC 노사가 공동으로 내놓은 사회적 합의 내용 중 ▲피비파트너스의 지분 구성 및 대표이사 선임 ▲주주 구성 조건 준수 ▲임금체불 및 부당노동행위 시정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의 유감 표명 ▲협력사 시절 체불임금에 대한 대위변제 완료 등은 성실히 이행됐다는 입장이다.

화섬노조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합의 사안인 '본사와 동일 수준 임금 보장'의 경우 1~3년차 직원들의 연봉을 평균 100% 이상으로 맞추고, 6년차까지도 평균 99% 수준으로 맞췄다.

한노총 소속 제빵기사들은 성명서를 통해 "4차례 단체교섭을 통해 기본금 인상, 복리후생 증대,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설을 끌어냈고, 이로써 이직률과 사직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파리바게뜨 이해관계자 "불매운동은 막무가내 식 투쟁"

식품노련과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무엇보다 화섬노조의 파리바게뜨 불매 운동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노조 활동이라고 지적한다. 화섬노조 소속 노조원들도 엄연히 파리바게뜨 소속으로 파리바게뜨 영업이 잘돼야 자신들의 급여를 받아갈 수 있는데 어떻게 자신들이 일하는 매장을 상대로 불매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불매 운동은 자칫 파리바게뜨의 이미지 하락과 실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다른 노조원들의 연봉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식품노련 소속 한 관계자는 "아무리 노조가 사측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버젓이 회사에 다니고 있으면서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는 불매 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은 동료 노조원과 가맹점주들을 심리적으로 배신하는 행위로도 읽힐 수 있다"고 밝혔다.

화섬노조의 이 같은 불매 운동에 대한 비판은 노조에 아예 가입하지 않은 제빵기사들과 가맹점주들까지 일정 부분 동조하는 모양새다.

전진욱 PB파트너즈 노동조합 위원장은 "화섬노조가 요구하는 개별 교섭권과 타임오프제 모두 현행 법을 어기는 사안"이라며 "앞에서는 사회적 합의 불이행을 이야기하면서 SPC 본사에게는 불법으로 교섭권과 타임오프제를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노조의 상식을 벗어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매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은 가맹점주 피해는 물론 조합원들의 일자리가 없어져도 상관없다는 행동"이라며 "사회적 합의에 불만이 있다면 이해 관계자들과 어떤 합의가 불충분한 지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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