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방패' 정조대왕함..첫 8200t급 이지스함 필살기는

권혁철 2022. 7. 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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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정치BAR_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
구축함 1대도 없던 '연안해군' 한국
현재 이지스함 3척 등 12척 보유
이지스함 '바다 위 방패' 최고 방어력
정조대왕함,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요격까지
해군의 첫 8200t급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이 28일 오전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진수식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28일 오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광개토-Ⅲ배치(Batch)-Ⅱ 1번함인 정조대왕함 진수식을 했다.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건조한 정조대왕함은 진수식 이후 시험평가 기간을 거쳐 2024년 말 해군에 인도되며, 이후 전력화 과정을 마치고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이날 해군과 방위사업청이 낸 진수식 보도자료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광개토-Ⅲ는 이지스구축함 획득사업으로 Batch-Ⅰ은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이며, 이번에 진수하는 정조대왕함은 Batch-Ⅱ의 첫 번째 함정이다. 해군의 첫 8200톤급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은…특히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하여 탄도미사일에 대한 탐지, 추적뿐만 아니라 요격능력까지 보유해 해상기반 기동형 3축 체계의 핵심전력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보도자료는 정조대왕함의 핵심을 요약 설명했지만, 해군 무기체계 지식이 없는 사람에겐 암호나 외계어처럼 들린다. 정조대왕함은 ‘한국형 구축함’ 사업의 일부다. 1998년 첫 한국형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이 취역하기 전까지 한국 해군은 구축함이 없었다. 해군은 구축함보다 규모가 작은 호위함급 군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1990년대까지 해군은 북한 간첩선을 잡고 해안 경비에 치중하는 ‘연안 해군’이었다. 당시 국방부와 합참 내부에서는 연안 해군에게 대공, 대함, 대공작전을 독자적으로 수행 가능한 다목적 전투함인 구축함은 필요없다는 주장이 많았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이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군은 1980년대부터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과 능력으로 한국형 구축함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3단계로 나눠 추진했다. 북한 위협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비하고,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지속하려면 해상 무역로를 지키는 대양해군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형 구축함 사업에는 다른 이름으로 ‘광개토’급이 있다. 방위사업청은 2006년께부터 보안을 강화한다며 각종 무기체계 획득사업에 위장사업명을 사용하면서 한국형 구축함 사업에 ‘광개토’라는 명칭이 등장했다. 광개토급은 현재 12척 한국형 구축함뿐만 아니라 앞으로 건조될 한국형 구축함까지 아우르는 이름이다. 방위사업청은 3200t급을 광개토-Ⅰ급으로, 4400t급을 광개토-Ⅱ급으로, 7600t 이상의 이지스구축함을 광개토-Ⅲ급으로 세분한다. 이날 진수한 정조대왕함을 설명하는 ‘광개토-Ⅲ’는 7600t 이상의 이지스구축함이란 뜻이다.

한국형 구축함 12척은 3단계 함급(艦級·Class)으로 나뉜다. 형태, 톤수, 기능이 같고 연이어 건조된 함정의 경우 이를 한 묶음으로 보고 ‘함급’이라 부른다. 같은 함급의 첫번째 함정(선도함 또는 1번함)을 그 함급의 이름으로 사용한다. 1단계(3200톤급) 광개토대왕·을지문덕·양만춘 등 세 척을 ‘광개토대왕’급으로, 2단계(4400톤급) 6척을 ‘충무공이순신’급으로, 3단계(7600톤급) 이지스 구축함 3척(세종대왕·율곡이이·서애류성룡함)을 ‘세종대왕’급으로 부른다.

이날 진수된 정조대왕함은 광개토-Ⅲ 배치(Batch)-Ⅱ 1번함이다. ‘광개토-Ⅲ 배치-Ⅱ’은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배치-Ⅰ)보다 성능이 좋아진 ‘한국형 구축함 3단계 두번째 건조사업’을 말한다. 배치(batch)는 동일한 제원·성능인 함정 그룹을 건조하는 묶음 단위를 말한다. 배치 숫자가 높아질수록 함정 성능이 좋아진다. 정조대왕함은 길이 170m, 폭 21m, 경하톤수(함정이 화물, 연료, 맑은 물 등을 싣지 않고 물에 떠 있을 때 배수량)는 약 8200t으로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7600t급)에 견줘 커지고 전투능력이 향상됐다. 정조대왕함 이후 건조될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2척도 ‘정조대왕급’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정조대왕함 주요 장비와 무기체계. 해군 제공

진수식 때 공개된 정조대왕함 외형을 보면 당장 눈에 띄는 무기는 5인치(127㎜) 함포 1대, 근접방어무기 정도이다. 거대한 함포를 주렁주렁 단 군함들에 견줘 무장력이 빈약해보이는 정조대왕함을 왜 정부는 “첨단과학기술 기반 해양강군 건설의 상징이자 국가전략자산”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이지스함은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내가 살고 나서 상대방을 죽인다)라는 바둑 교훈을 실현하는 무기다. 예전 함대는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 지난 4월14일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함은 우크라이나 지대함 순항미사일에 맞아 침몰했다. 2차 대전 이후 미사일과 전투기 성능이 좋아지자 바다에 떠 있는 군함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미사일과 항공기 공격에 취약해졌다. 미·소 냉전 때 소련군이 초음속 저공침투 폭격기와 대함미사일로 미국 항공모함 전단을 위협하자, 미 해군은 적의 공습과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함정을 보호하는 방공 능력 개발에 나섰다.

미국 무기회사 록히드 마틴이 이지스시스템을 개발했고, 1983년 세계최초 이지스 순양함과 1991년 이지스 구축함이 미 해군에 취역했다. 이지스함은 특정 군함 이름이 아니라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군함을 말한다. 이지스시스템은 대공·대함·대잠수함전 수행을 위한 목표물 탐지·추적·전투명령·교전 등 전투행동을 일괄적으로 통합한 전투체계다. 이지스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딸에게 준 방패의 이름(Aegis)에서 나왔다. 이 방패는 어떤 창이나 칼도 뚫을 수 없는 ‘무적의 방패’다. 이지스함은 ‘바다 위 신의 방패’로 불리는, 현존 최고의 방어력을 갖춘 군함이다.

이지스체계의 핵심은 다기능위상배열 스파이-1D 레이더로, 1000㎞ 범위 안에서 100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하고 2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이지스함에는 사거리가 다른 대공 미사일 등을 겹겹이 배치해 다층 방어 능력을 갖춰 적의 미사일과 전투기 공격으로부터 함정을 보호한다.

정조대왕함 항해 예상도. 해군 제공

이지스함은 방어뿐만 아니라 공격도 한다. 이지스함은 수직발사대가 주된 무기다.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은 적 항공기, 함정,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는 128기의 각종 미사일을 수직발사기에 장착하고 있다. 정조대왕함은 탄도미사일 요격용 수직발사대 능력과 무장력, 적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스텔스 기능이 세종대왕함보다 진일보했다고 해군은 설명했다.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탐지·추격 기능만 있고 요격용 미사일이 탑재되지 않았는데 정조대왕함에는 한국형 수직발사체계-Ⅱ를 설치해 SM-6 미사일 등 장거리 함대공유도탄과 함대지 탄도유도탄을 탑재할 예정이다. 정조대왕함은 주요 전략표적에 대한 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뿐 아니라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도 한층 향상됐다. SM-6 미사일은 중층 이상의 고도로 비행하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한다.

이지스함은 1대 건조비용이 1조2천억원을 넘는다. 현재 이지스함을 보유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6개국에 불과하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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