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뭣이 중헌디

정민지 기자 2022. 7. 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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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1팀 정민지 기자

초등학생 시절 총 세 갈래 길을 오갔었다. 입학부터 3학년 때까지 다녔던 첫 번째 초등학교는 당시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 큰 체육관 하나를 관통해 직진하면 오르막 위에 위치해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걷기에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차가 그리 많지 않았던 소도시인 데다 자로 그은 듯 직선으로 쭉 따라가다 보면 학교가 나와 큰 부담은 없었던 기억이다.

이어 두 번의 이사와 전학을 거쳐 다녔던 두세 번째 학교는 비슷한 통학로 여건이었다. 두 학교 모두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 이웃 아파트 사이를 쭉 따라 걸으면 학교가 나왔다. 한 번쯤 왕복 4차선 횡단보도를 가로질러야 했지만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있던 학교들이었던 만큼 보통의 통학로로 기억한다.

20여 년 전 초등학생이 다녔던 그 세 개의 통학로는 최근 지어지는 신도시 학군처럼 아파트가 학교를 품은, 안전성을 대폭 높인 형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주변에 공사 차량이 다수 다니거나 지하 굴다리를 건너가야 하는 통학로는 아니었다.

성인에게도 다소 위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공사 차량과 무질서 속 질서처럼 신호등·인도 없이 차들이 오가는 지하 굴다리는 당장 다음 달 1일 입주 예정인 도마·변동지구 8구역 초등학생들의 등하굣길이다. 20-30년 전 얘기가 아닌, 2022년도 벌써 반 이상 지난 현재 얘기다.

초등학생 자녀들의 통학로 안전을 우려한 해당 입주예정자들은 학교 신설, 인근 학교와의 통합학군을 요청해 왔지만 학교부지 부족, 관련 학교 측의 반대 등으로 수립되지 못했다. 다음 대안으로 통학차량 지원, CCTV 등 시설 보안 등을 제시했지만 교육청, 교육지원청, 대전시, 서구, 시공사, 조합 등 책임 소재를 놓고 분분한 입장만 이어지고 있다.

최우선시 돼야 할 아이들의 안전이 어른들의 갈팡질팡 줄다리기 속에서 뒤로 밀려나고 있다. 책임 소재도 행정에 있어 뗄 수 없는 부분이겠다만 보다 촘촘한 안전사고 예방책 준비가 선결돼야 함에도 안전보다 책임이 우위에 서 있는 모습이다. 한 입주예정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있는 아이들도 못 지키는 판국에 출산장려에 힘쓰기만 하면 뭐하나.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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