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국에 미칠 파장은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6월에 이어 7월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서 한·미 기준금리 역전현상이 약 2년 반만에 다시 이뤄졌다. 한국시장에 있던 자본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자본유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국내 금리 인상이나 환율 상승, 수출둔화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공산은 점쳐진다. 세계일보는 29일 지면에서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칠 미 연준의 7월 기준금리 인상 및 그 여파 소식을 다루었다. 아울러 28일 정부가 발표한 불법 공매도 적발 및 처벌 강화 대책에 대한 분석 기사도 다루었다.
◆두달 연속 美 연준 '자이언트 스텝'…韓경제 끼칠 영향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상황이 도래함에 따라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리 역전으로 인해 자본유출 등 당장 큰 충격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미국의 긴축에 이은 경기침체가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금리 인상기마다 한·미 금리는 역전됐다. 미국 금리 인상기는 1기 1996년 6월∼2000년 5월(한·미 금리 역전기 1996년 6월∼2001년 3월), 2기 2004년 6월∼2006년 6월(〃 2005년 8월∼2007년 9월), 3기 2015년 12월∼2018년 12월(〃 2018년 3월∼2020년 2월)로 구분된다. 하지만 1기에 168억700만달러, 2기 304억5000만달러, 3기 403억4000만달러 등 금리 역전기마다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자금은 오히려 순유입됐다. 한국은행 또한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과 대외 신뢰도 등을 들어 급격한 자본유출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결국 금리 역전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상 자체가 국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이언트 스텝 등 통화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경우 이미 둔화세가 뚜렷한 한국의 수출에 악영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을 발표하면서 2분기 수출이 전분기보다 3.1% 줄어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미국의 긴축이 국내 기준금리의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연준의 유동성 흡수는 달러화 강세로 이어져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의미하고 이는 수입물가의 오름세를 키우는 요인이다.
한은은 현재 2.25%인 기준금리를 올해 세 차례(8·10·11월) 남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계속 인상해 연말 2.75∼3.00%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는 3.12%이며, 한국이 적절한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면 3.65%까지 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경우 한국의 가계대출 금리는 1.65%포인트 상승하고, 이로 인한 연간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은 34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수출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 수출의 주력인 반도체업계는 미국발 세계 경기 위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세계 경기를 따라가는데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세계 경제 위축 우려가 더 커졌다”며 “특히 스마트폰, PC 등 IT(정보기술) 제품 수요도 둔화하면서 메모리 업황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조선 업계도 현지 수요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불법 공매도 엄정 처벌 나선 정부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공매도에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며 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날 나온 공매도 관련 대책의 핵심은 서울 남부지검 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한 신속 수사전환(패스트 트랙) 절차의 부활에 있다. 패스트 트랙은 금융감독원 등 시장기구가 사건 초기 단계부터 검찰과 관련 범죄 첩보를 공유하고 수사와 기소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제도다.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공매도와 연계된 시세조종, 내부자거래 및 무차입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는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는 중대범죄”라며 “남부지검 합수단을 중심으로 패스트 트랙을 적극 활용해 적시에 수사절차로 전환해 엄벌하고 범죄수익도 박탈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한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약 1년2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5월부터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되면서 현재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 종목 대상의 공매도가 가능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주가가 급락하자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공교롭게도 이날 일부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공매도 규정을 어겨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차입 공매도 주문 시 공매도 호가 표시를 위반한 이유로 과태료 8억원을, 신한금융투자는 72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한투증권과 신한금투는 모두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개미’들의 분노는 식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공매도 대차거래 모니터링 강화 △과열종목 지정 대폭 확대 △개인에 대한 공매도 기회 확대 등의 제도 개선 방안도 발표했다. 현재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 대차 후 공매도 포지션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정상적인 공매도 외에 다른 목적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감안해 90일 이상 장기대차 시 금융당국 보고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과열종목 지정제도’ 역시 공매도 거래비중이 아무리 높더라도 주가하락률(5% 이상 하락) 또는 공매도 증가율(6배) 미달 시 과열종목으로 지정하지 않는 허점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공매도 비중이 30% 이상일 경우에는 기준에 못 미쳐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공매도 금지일에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률이 아무리 높아도 다음 영업일에는 공매도가 재개되는 점도 개선해 공매도 금지일에 주가 하락률이 5% 이상일 경우 공매도 금지기간을 다음날까지 자동 연장키로 했다.
다만 정부의 조치가 여론을 의식해 너무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매도 규제 강화는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MSCI는 지난달 국가별 시장 접근성 평가를 공개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해 외국인투자자를 위한 정보 접근성 부족, 역내외 외환시장 접근 제한과 함께 제한적 공매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또 주가 하락과 공매도의 상관관계도 명확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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