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공매도..한투증권만의 문제일까
기사내용 요약
한국투자·신한금투 공매도 위반에
"단순 실수"해명에…"한통속", "뻔한변명"
공매도 적발 기획조사…검찰 합류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그동안 주식시장 병폐로 여겨지던 불법 공매도 문제에 검찰도 칼을 빼들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로 촉발된 공매도 위반이 실수를 넘어 불법으로 드러날지, 과연 다른 증권사는 해당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증권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전일 진행된 관계기관 합동회의 결과 공매도 연계 불공정거래에 대해 기획조사를 강화한다.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신속 조사와 엄정한 수사·처벌, 불법공매도 조사 전담조직 설치·확대 등도 결정했다.
이번에 주목할 점은 대검찰청의 합류다. 그동안 공매도 관련 회의는 금융당국과 거래소에 한해 이뤄졌던 만큼, 정부가 불법 공매도를 적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 대차 없이 미리 매도하는 것을 말하는데, 미리 매도하더라도 결제일 전에만 해당 주식을 매수해 갚으면 된다. 그렇다보니 결제 불이행 등 사고만 발생하지 않으면 사실상 적발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무차입 공매도가 성행하고 있을 것이란 의심이 계속돼왔다.
지난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를 시작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졌고, 이후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실이 드러났다. 올들어 한투와 신한금투 등이 공매도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받자 그렇잖아도 불법 공매도 규제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개인들의 의심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올들어 한투는 삼성전자 한 종목에만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공매도 위반 거래를 하고 과태료 10억원을 부과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 감경까지 받았지만 납부금액은 8억원이다. 아울러 신한금투도 1분기 보고서에서 지난 2월 금융위에서 공매도 제한 위반으로 과태료 7200만원을 부과받았다고 공시했다.
신한금투는 지난 2018~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업틱룰을 위반했다. 주문금액은 총 2억원이다. 업틱룰은 직전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제도로, 신한금투는 직전 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주문해 제재를 받았다.
이에 양사는 불법 공매도가 아닌 단순 실수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한투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차입 공매도'를 넣으려던 것을 시스템 이해도가 떨어지는 직원이 제대로 주문 표시를 하지 못한 데서 생긴 착오였다"며 "이번 일로 금감원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았는데, 무차입이나 불법 공매도가 아닌 단순 착오에 불과했다는 점을 금감원도 증명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도 "이번 위반은 단 2번에 불과하다. 직원의 단순 착오였다"고 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의심은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늘 실수라 하는 증권사", "과태료 조금 내고 수십 수백억원을 버는 남는 장사", "제대로 밝혀내지 않는 금감원이나 불법 저지르는 증권사나 한통속" 등 비난의 글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에서 공매도의 불법 여부를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사에서 이처럼 실수라고 주장했을 때 당국 입장에서 실수와 고의 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공매도 과정에서 당사자 간 장외에서 협의 후 수기 거래로 진행되는 수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이번에는 검찰이 합류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금융당국에서 밝혀내지 못한 부분을 검찰 수사로 해낼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정부는 형사 처벌은 물론 부당이익을 박탈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증권업계에서 관행처럼 행해졌던 불법 공매도가 뿌리뽑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한투와 신한금투와 마찬가지로 다른 증권사 중에서도 적발되지 않은 공매도 위반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금감원이 불법 공매도 조사 전담조직을 확대하는 만큼 이런 사례까지 모두 적발될 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개인 투자자 사이에 불법 공매도 근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상황에서 촉발된 만큼 정부의 수사와 근절 의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동안 실수라며 넘어갔던 것, 하지만 알고보니 엄연히 불법이었던 것들 모두 적발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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