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엔 늘 권총이.."잘라" 욕먹으며 금리로 인플레 잡은 볼커
[편집자주] 출범 후 불과 80일을 넘긴 윤석열 정부 앞에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는 달콤한 '단기처방'을 거부한다. 나랏돈을 동원한 포퓰리즘 대신 규제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눈앞의 인기보다 국가의 미래를 앞세운 선택이다. 윤석열 정부가 사면초가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본다.
"지금 연준은 '볼커식 인플레 싸움' 전략을 모방해야 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뚝심있는' 고금리 정책으로 1980년대 미국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종식시킨 폴 볼커(Paul Volcker) 전 연준 의장을 벤치마크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와의 전쟁'을 돌이켜볼 때 최고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이 1979년부터 1987년까지 8년간, 민주당 카터 정부에서부터 공화당 레이건 정부에 이르기까지 연준 의장을 역임하며 강력한 고금리 정책을 이끈 볼커의 긴축정책이다.
볼커는 경기침체를 감수하고 가파르게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린다. 2018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그는 "오늘 1달러로 살 수 있는 만큼을 내일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근본적인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불어닥친 두 번의 석유파동은 미국 경제를 단숨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몰아넣었다. 에너지와 생필품 가격이 급등했다.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고 실업률은 높아졌다. 1973년 4월부터 1982년 10월까지 미국의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대부분 5%를 넘겼고, 1980년 3월에는 최고인 14.8%를 나타냈다. 9%대인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을 훌쩍 넘는다.
1979년 8월 연준 의장에 취임한 볼커는 강력한 긴축정책을 실시했다. 그는 1979년 10월 6일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기준금리를 11.5%에서 15.5%로 4%포인트(p)나 올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18% 가까이 수직상승했다. 주식과 집값이 폭락했고 기업들의 파산이 잇따랐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에는 그것도 부족했다. 볼커는 1981년 기준금리를 21.5%까지 올렸다.
경기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파산해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실업률은 10%를 넘겼다. 빚더미에 앉게 된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수도 워싱턴DC로 향했다. 201㎝의 장신인 볼커는 늘 권총을 지니고 일을 할 정도로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고, 석유 증산이 이뤄지면서 원유 가격이 급락, 2차 오일쇼크가 막을 내린 것도 도움이 됐다. 볼커의 강력한 고금리 정책에 힘입어 물가안정과 산업 구조조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미국은 1990년대 이르러 역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게 된다.
FT는 "볼커는 1980년, 1981~82년의 경기침체 기간 동안 포퓰리즘, 자신을 해고해야 한다는 여야 의원들의 초당적 합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해달라는 재무장관의 공개적인 요구에도 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FT는 "파월은 볼커를 존경한다고 말하면서 볼커와 똑같은 전략을 택하지는 않고 있다. 파월이 선호하는 방식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지만 불황에 접어들면 금리를 내릴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파월은 볼커의 본보기를 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볼커와 파월의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볼커 당시의 물가 상승세가 10년간 장기간 이어졌다면 현재 미국의 물가 급등은 1년 남짓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적완화 등으로 급증한 미국 정부의 현재 부채 수준이 금리 인상의 걸림돌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금이 빠르게 오르면서 '임금 인상→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유가 상승이 물가를 부추긴 점은 공통점으로 꼽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고우림, ♥김연아 여왕 모시듯 케어"…달달 극장 데이트 목격담 - 머니투데이
- 매일 생기름 '130mL' 마셔야 사는 금쪽이, 격렬한 등교거부 왜 - 머니투데이
- 아빠 김구라에 "이혼이 재밌어요?" 돌직구…그리, 무슨 말 들었길래 - 머니투데이
- 박명수 "1년 만에 얼굴 달라진 연예인? 다 손댄 것" 폭로 - 머니투데이
- 임영웅, 상반기에만 376억 벌었다…BTS 제치고 '최고 매출 1위' - 머니투데이
- '조건만남 절도' 의혹 터지자 통편집…'나솔' 정숙 직접 입 열었다 - 머니투데이
- "14조원 안 내면 주한미군 철수"…트럼프 컴백, 상·하원 싹쓸이 땐 악몽 - 머니투데이
- "주민들 연 80만원 넘게 준대" 우르르…이 섬, 인구가 늘어났다 - 머니투데이
- 자존심 굽힌 삼성전자, TSMC와도 손 잡는다…파운드리 '어쩌나' - 머니투데이
- 화사, '과감' 옆트임+초밀착 드레스…모델과 같은 옷 다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