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공매도에 칼 뺀 정부.. 합수단, 패스트 트랙 활용 적시 수사

박현준 2022. 7.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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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매도 대폭 손질.. 불법 땐 엄벌
비상경제금융회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참석자들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남정탁 기자
정부가 불법 공매도에 대해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고 범죄수익·은닉재산을 박탈하는 동시에 과열 종목 지정제를 개선하는 등 공매도 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주식을 빌려 판 다음 시장에서 다시 사서 되갚는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조장한다는 소액 투자자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하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은 28일 오전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고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매도를 악용한 주식매매를 선별해 즉시 기획조사에 착수하고, 주식을 빌리지 않은 채 매도부터 하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서는 공매도 기획감리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해선 서울 남부지검 합동수사단 중심의 신속 수사전환(패스트 트랙) 절차를 밟아 엄정 처벌하고 범죄수익과 은닉재산을 박탈할 방침이다. 거래소와 금감원의 전담조직도 확대한다.

◆불법공매도에 칼 뺀 정부… 합수단, 패스트 트랙 활용 적시 수사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공매도에 칼을 빼들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고 차익을 얻는 매매 기법이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며 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대검찰청, 한국거래소는 28일 전격적으로 공매도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오후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 기관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본시장의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교란행위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주식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날 나온 공매도 관련 대책의 핵심은 서울 남부지검 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한 신속 수사전환(패스트 트랙) 절차의 부활에 있다. 패스트 트랙은 금융감독원 등 시장기구가 사건 초기 단계부터 검찰과 관련 범죄 첩보를 공유하고 수사와 기소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제도다.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공매도와 연계된 시세조종, 내부자거래 및 무차입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는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는 중대범죄”라며 “남부지검 합수단을 중심으로 패스트 트랙을 적극 활용해 적시에 수사절차로 전환해 엄벌하고 범죄수익도 박탈하겠다”고 강조했다. 불법적인 공매도에 대해 엄정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주현(왼쪽 가운데)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회의실에서 열린 관계기관 합동회의에 참석해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에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한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약 1년2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5월부터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되면서 현재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 종목 대상의 공매도가 가능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주가가 급락하자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공교롭게도 이날 일부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공매도 규정을 어겨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차입 공매도 주문 시 공매도 호가 표시를 위반한 이유로 과태료 8억원을, 신한금융투자는 72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한투증권과 신한금투는 모두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개미’들의 분노는 식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공매도 대차거래 모니터링 강화 △과열종목 지정 대폭 확대 △개인에 대한 공매도 기회 확대 등의 제도 개선 방안도 발표했다. 현재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 대차 후 공매도 포지션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정상적인 공매도 외에 다른 목적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감안해 90일 이상 장기대차 시 금융당국 보고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과열종목 지정제도’ 역시 공매도 거래비중이 아무리 높더라도 주가하락률(5% 이상 하락) 또는 공매도 증가율(6배) 미달 시 과열종목으로 지정하지 않는 허점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공매도 비중이 30% 이상일 경우에는 기준에 못 미쳐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공매도 금지일에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률이 아무리 높아도 다음 영업일에는 공매도가 재개되는 점도 개선해 공매도 금지일에 주가 하락률이 5% 이상일 경우 공매도 금지기간을 다음날까지 자동 연장키로 했다.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최소 담보 비율·상환 기간이 달라 형평성 지적이 나오는 점도 고치기로 했다. 개인 공매도 시에는 빌린 주식의 140% 이상의 담보가 필요하지만 기관 간 거래 시에는 통상 105~120% 정도의 담보만 적용받고 있다. 개인 공매도 담보비율을 120%로 낮추고 증권사를 통해 전문투자자 대상의 대차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다만 정부의 조치가 여론을 의식해 너무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매도 규제 강화는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MSCI는 지난달 국가별 시장 접근성 평가를 공개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해 외국인투자자를 위한 정보 접근성 부족, 역내외 외환시장 접근 제한과 함께 제한적 공매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또 주가 하락과 공매도의 상관관계도 명확지 않다고 주장한다.

박현준·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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