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거친 단어 동원 고강도 대남 위협.. 핵실험 도발 예고?

김범수 2022. 7.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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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멸' '응징' 등 단어로 원색 비난
"尹 집권 전후 뱉은 망언·추태 기억
선제 타격도 불사하겠다고 허세"
전문가 "남북 간 대화 가능성 희박"
"8월 한·미 연합훈련 분수령 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석열정부를 향해 ‘전멸’ ‘응징’ ‘상응할 대가’ 등 거친 단어를 동원해 고강도 대남 위협 발언을 쏟아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낸 대남 메시지가 ‘강대강’ 기조라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긴장감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 연설 상당 부분을 윤석열정부를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북한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선전매체를 통해 대남 비난전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수위를 올려 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나선 것이다.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전승절)인 지난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기념행사가 성대히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는 윤석열이 집권 전과 집권 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직함을 생략하고 비난했다. 북한은 통상 한국 대통령을 거론할 때 이름을 직접 거명하기보다 ‘남조선 당국자’ ‘집권자’ 등의 표현을 써왔다. 이번에는 직함도 없이 ‘윤석열’이라고 거명한 점에서 윤 정부에 대한 적대감을 알 수 있게 한다. 김 위원장은 “이자들은 ‘힘에 의한 평화’와 ‘힘에 의한 안보’를 거리낌 없이 제창하고 있으며 우리 국가의 전쟁억제력을 무력화시킬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고 허세를 부렸다”며 윤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발언인 ‘선제타격론’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김 위원장의 대남 경고 메시지는 무게감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라며 “북한이 대남 메시지를 작심하고 내보낸 것은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한국형 3축체계 확립 등 윤석열정부의 행보를 지속적으로 주목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향후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서 대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작태”라는 발언도 내놓았다. 이는 다음달에 열릴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실드(UFS) 훈련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지난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연합항모강습단훈련, 연합상륙훈련 등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하고, 다양한 연합 야외기동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제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적 차원의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 연합훈련 시기가 최고조의 안보위기가 조성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미가 군사훈련을 더 빈번하게 할수록 북한은 핵실험을 포함한 더욱 심각한 수준의 안보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서도 ‘강대강’ 기조의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그간의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으로 남측에 비해서는 수위가 낮았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의 일상적인 모든 행동들은 ‘도발’로 삼고, 자신들은 대규모 합동군사연습들을 벌이는 ‘이중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이중기준’ 비난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한 김 위원장은 “조미(북미)관계를 더 이상 되돌리기 힘든 한계점으로, 격돌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민주주의 대 제국주의 진영’이라는 관점에서 차후 군사적 행동의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하려는 노력하는 모습”이라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미국에 함께 맞서야 할 대결 국면이라는 점을 암묵적으로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한국이나 미국을 향해 직접적인 핵 위협을 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의 핵전쟁 억제력 또한 절대적인 자기의 힘을 자기의 사명에 충실히, 정확히, 신속히 동원할 만전태세에 있다”고 말하면서 원론적인 수준에서 핵무력을 언급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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