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발에 삼성전자 협력사 문제까지.. 화성 진안신도시 '난항'
작년 8월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화성시 진안동 일대가 주민들의 잇따른 반대로 공공주택지구 조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인근 군 공항 이전이 선행돼야한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은 물론 사업장을 옮겨야 하는 삼성전자 협력업체들까지 이전에 반대하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23일 화성진안 공공주택지구(진안동, 반정동, 반월동, 기산동, 병점동 일원) 주민들은 화성시 반월동 반월체육센터에서부터 세종시 국토교통부 북문 앞까지 115km에 걸쳐 차량 가두시위를 벌이며 공공주택지구 지정 철회 및 토지소유주의 재산권 보호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에는 트럭 10대와 트랙터 10대, 승용차 3대 등이 참여했다.
주민들은 인근에 위치한 수원 군공항 이전이 선행되지 않으면 신도시 지정을 철회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원 군공항을 옮기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면 인근 지역에 적용되는 고도제한 등 건축제한이 풀리지 않아 대규모 단지 개발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업의 성공 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고, 또 건축이 제한된 상태로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진행해야하므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보상금이 적게 책정된다.
화성 진안지구는 구역 대부분이 수원 군공항과 수원시 영통구 사이에 위치해 ‘비행안전구역’으로 지정돼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르면 비행안전구역은 항공 사고 방지를 위해 건설공사를 할 때 45m 안팎의 고도제한을 적용한다. 주상복합 등 공동주택이나 기타 상업시설을 건축하더라도 아파트 15층 높이 이상 지을 수 없다.
화성·진안 신도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작년 8월에 발표한대로 화성진안지구에 2만9000가구를 조성하려면 건축을 막고있는 고도제한을 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군 공항 이전이 불가피하다”면서 “주민들은 사업의 효율적 진행과 합리적인 보상금 책정 등을 위해 군 공항이 이전되지 않으면 지구지정 계획을 철회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의 주장은 수원 군공항을 화성 화홍지구로 이전하는 계획이 최근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군공항 이전 계획은 화홍지구 주민 및 화성시의 반대로 지난 10년간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정명근 화성시장 당선인이 일부 조건을 전제로 수원 군공항의 화성 내 이전 검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사업의 불씨가 살아났다.
삼성전자 협력업체가 몰려있는 반월동에서는 신도시 지정을 반대하는 기업과 토지소유주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들은 반월동만이라도 제척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작년 10월에는 토지주와 입주기업 대표 500여명이 ‘반월동 비상대책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화성시청과 국토교통부 앞에서 수차례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월동에는 메모리반도체 핵심 생산기지인 48만평 규모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이 있고, 주변으로는 삼성전자와 관련이 있는 1·2·3·4차 공급사(벤더기업) 400여개가 몰려있다. 이 협력업체들이 고용하는 직원은 2만5000여명 수준이며, 한 해 매출도 1조5000억원가량 발생한다.
정부의 계획대로 반월동까지 신도시로 포함되면 협력업체 이전이 불가피해진다. 이 경우 동탄산업단지 등 인접지역으로 옮겨야하는데, 삼성전자와의 접근성이 떨어져 생산성과 효율성이 악화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게 협력업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평생 일궈온 사업터전을 빼앗기게 생겼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반월동 비대위 관계자는 “반월동은 약 30년동안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의 사업기반 역할을 해왔다”면서 “삼성전자 계열사인 세메스와 삼성전자 연구개발(R&D) 등록업체인 아이디어테크 등 업체들도 들어와있는데 정부가 제대로된 실태조사도 없이 신도시로 지정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수원 군공항 피해지역 및 삼성전자 협력업체가 몰려있는 반월동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월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초 마련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는 한 달전 LH측이 추진했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관련 설명회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후 다시 열린 것이었다.
현재 정부는 지구지정에 앞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로, 조만간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공공주택 지구지정 및 지구계획 수립, 사전청약 등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 정부는 반월동 제척요구나 지구지정 계획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어 앞으로 신도시 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주민들의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LH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보상문제나 지구지정 철회·제척 등은 추후 지구지정 단계에서 논의될 것”이라면서 “다만 지구지정은 정해진 법과 기준에 따라서 진행되기 때문에 통상 타당한 사유가 없다면 지구지정의 면적이나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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