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2분기 역대급 실적에도 웃지 못했다.. 다운사이클 접어든 반도체

박진우 기자 2022. 7.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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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하지만 하반기 시장 불확실로 투자 탄력적 운영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 7.4% 하향 조정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작업자가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 시장이 급속히 식고 있다. 올해 시장성장률이 연초와 비교해 하향 조정되는가 하면 내년에는 시장이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 모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으나, 하반기 유례없는 불확실성으로 투자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운사이클에 대한 우려 탓이다.

29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6392억달러(약 831조9100억원)로 전망됐다. 전년 대비 7.4% 성장에 그친 것이다. 이는 지난해 5949억5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6.3% 성장한 것과 비교해 큰 차이는 보인다. 가트너는 애초 올해 반도체 성장률을 13.6%로 예측했는데, 이를 6.2%포인트 하향조정한 것이다.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전 분야의 급격한 디지털 전환 덕에 지난 2년여간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전방산업 수요가 주춤했고, 이에 따른 반도체 수요 역시 흔들리고 있다. 리처드 고든 가트너 부사장은 “반도체 최종 유통 시장, 특히 소비자 지출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부문의 약세가 확인됐다”라며 “인플레이션, 금리상승, 에너지 및 연료비 증가로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이 압박받고 있어 PC,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 대한 지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내년에는 전망이 더 어둡다. 역성장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가트너는 내년 반도체 시장 매출을 올해와 비교해 2.5% 후퇴한 6230억8700만달러로 예측했다. 고든 부사장은 “반도체 시장이 다운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2분기 각각 역대급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실적 호조에 대한 기쁨보다는 하반기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큰 탓이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은 2분기 28조5000억원의 매출과 9조9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3.1% 증가했다. 다른 사업부의 실적에 견줘 반도체 실적이 월등히 높았다. 서병훈 삼성전자 IR팀 부사장은 “DS부문이 견조한 서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제품 믹스 조정 및 시스템반도체 공급 확대 등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최고 분기 매출을 경신하며 성장을 견인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업계 최선단 14나노 DDR5 D램. /삼성전자 제공

그러나 하반기 메모리 시장 전망은 매우 보수적이다. 메모리 사업은 삼성전자 2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의 74%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흔들린다면 삼성전자 전체 실적에도 영향이 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하반기 메모리 시장은 현재로선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고, 매주 (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 수요 전망을 보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낙관이나 비관보다 다각도로 여러 요소를 점검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한다”라며 “D램의 경우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긴 어렵지만 내년 업계 비트 생산 관점에서 상당히 낮은 수준의 (공급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계획했던 시설투자도 수정 전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단기 투자의 경우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투자는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나, 미세공정 위주로 업황과 연계해 이뤄질 예정이다. 한 부사장은 “여러 이슈가 시장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는 만큼 단기 설비 투자 계획의 경우 탄력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운영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11조8100억원, 영업이익 4조1926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13조원대 분기 매출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만에 4조원대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2세대 DDR5 D램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실질적 수요 위축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하반기 전체적인 거시경제 상황이나 메모리 경기가 좋아 보이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불확실성이 높아 (시장 전망, 목표 등) 숫자에 대한 제공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다”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금처럼 반도체 수요 자체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시설투자(CAPEX)도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투자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열렸던 회사 이사회에서는 약 4조원 규모의 청주공장 증설 계획이 보류됐다. 노 사장은 “최근 6~7년간 안정됐던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이슈로 시장 수요의 변화가 있었고, IT 수요가 폭발하면서 공급을 어떻게 더 할 것인가를 고민했었는데, 이제는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급 관점에서의 유연성이 없으면 어렵다”라며 “내년 시설투자 시나리오를 두고 시장 상황 보면서 준비하고 있는데, 상당폭 투자를 감소하는 케이스를 포함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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