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전기차, 폐배터리에 달렸다".. 공격 투자 나서는 기업들

이윤정 기자 2022. 7.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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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꼽히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후 자원 안보가 부각되면서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증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장 철회 기업이 나오고 있지만, 폐배터리 관련주는 흥행을 이어가고 기업의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은 지난 28일 코스닥 시장에서 첫 거래를 시작했다. 주가는 공모가(5만원) 대비 76% 높은 8만8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성일하이텍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22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일반 청약 증거금을 20조원 넘게 모았다. 또다른 배터리 재활용 기업 새빗켐은 다음 달 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데, 지난 25~26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 1724.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8조원의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주들은 훨훨 날고 있다. 코스모화학(005420)은 지난달 24일 주가가 장 중 1만3600원까지 떨어졌지만 한달 새 50% 가까이 올랐다.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설비 투자를 통해 내년 말까지 연간 니켈 4000톤(t), 코발트 2000t, 리튬 1000t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코스모화학은 이를 통해 연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양극재 생산 자회사인 코스모신소재 등 2차전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영풍 Green메탈캠퍼스에서 한 연구원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재활용 연구를 하고 있다. /영풍 제공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전기차 가격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트릴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꼽히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기차 가격의 30~40%가 배터리값인데, 이중 절반 이상이 원자잿값이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수록 쏟아지는 폐배터리의 원자재를 재활용하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가 급증하면서 폐배터리 처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2차전지 소재에 사용되는 금속의 매장량이 적기 때문에 배터리 순환경제가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원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된 점도 폐배터리 재활용의 불씨를 당겼다. 이전부터 친환경 전환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던 세계 각국은 폐배터리 재활용 활성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 원자재의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지속가능한 배터리 법안’을 연내 발효할 예정이며, 우리 정부 역시 최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사용후 전기차 배터리 산업 활성화 등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명시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전기차용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4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30년 21조원, 2040년 87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2025~2040년 사이엔 폐배터리 재활용 성장세에 불이 붙어 연평균 26%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만들어진 배터리들이 수명을 다하고 2030년 전후로 대거 폐기되기 때문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2차전지 분야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만큼, 기업들도 선제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중국 코발트 정련업체 화유코발트와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확보한 양극재 주원료를 중국 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005380) 역시 폐배터리 회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럽·미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거나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외 삼성SDI(006400)와 SK온 등 배터리 업체는 물론 엘앤에프(066970), 에코프로(086520), 고려아연(010130) 등 소재 기업들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금속 제련업체 영풍(000670)은 오는 10월부터 전기차 8000대분에 달하는 연 2000t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험 공장을 석포제련소에서 가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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