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앞둔 尹대통령, '내부 총질' 문자 파문에 침묵..도어스테핑, 보름 넘게 '개점휴업'

김문관 기자 2022. 7.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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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설명은 "추가 일정" 생겼다지만
민감한 사안에는 소통 피하나 지적도

내주 취임 후 첫 하계 휴가를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을 갑자기 취소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외부 일정에 따른 도어스테핑 무산 후 3일 연속 기자들과 만나지 않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휴가 일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도어스테핑은 지난 26일을 마지막으로 내달 8일 13일 만에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 본인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소위 ‘내부총질’ 문자가 권성동 현 대표 대행에 의해 최근 공개돼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평소 소통을 강조한 본인의 말과 달리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기자들과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사실상 피력한 셈이어서 논란이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尹대통령 도어스테핑 하루 전 취소...소방서 일정 급히 빠지기도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오전 문자 공지를 통해 이날로 예정됐던 윤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그간 부처 업무보고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의 경내 일정이 하루 전에 취소된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전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교육부의 업무보고가 이날 오후에 진행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이에 따라 도어스테핑도 사흘 연속으로 취소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오전 일정, 28일에는 울산 현대중공업 오전 일정 등 외부 일정에 따라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내일(29일) 대통령께서 휴가를 떠나기 전 긴급하게 챙겨야 할 추가 일정들이 마련됐다”며 “다음 주 휴가를 떠나기 전 꼭 챙겨야 할 분야들을 점검하고자 일정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여러 일정들이 있었고, 중간에 꼭 필요한 일정들이 추가로 생기면서 8월 이후로 미뤄진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이후 추가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다음 주 휴가를 앞두고 29일 일선 파출소와 소방서를 방문해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안전과 치안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라며 “또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이 휴가철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사전 점검하는 차원의 일정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었다.

이어 전날 오후 2시쯤 대통령실은 추가 문자 공지를 통해 “내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출소와 소방서 방문 일정은 파출소 방문으로 정정함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일정이 급작스럽게 기획됐다는 점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었던 지난 3월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작 민감한 사안에는 소통 피하나 지적도

이런 논란은 앞선 27일에도 여전했다. 일부 기자들은 외부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을 오전 늦게 용산 청사 1층 입구에서 기다렸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로비 1층에 모여 있는 기자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엘리베이터로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때 기자들이 “대통령님 어제 문자 관련해서 입장을”이라는 취지로 소리쳤지만, 답변은 없었다.

당시는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입구 옆에 있는 브리핑룸에서 해당 파문에 대해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돼 국민이나 여러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라고 밝힌 직후였다.

이보다 앞서 지난 26일 사진 기자를 통해 권 대행의 휴대전화 메시지가 공개됐을 때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모든 설명은 권 대표가 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이후 같은 날 밤 권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사과했다.

전날(28일) 오후에는 윤 대통령이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 후 일부 여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권 대행에게 “그것 때문에 며칠 혼났겠네”라는 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는지 확인해드릴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 이른바 ‘천막 기자실’을 설치하고, 탈(脫) 청와대 후 집무실 아래층에 기자실을 만드는 등 ‘소통’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아왔다. 오전 외부 일정이 없을 때는 도어스테핑도 항상 진행했다.

그러나 공개 경로를 떠나 ‘내부 총질하는 당대표’라는 표현이 윤 대통령 본인의 것이기 때문에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갑작스런 도어스테핑 취소가 ‘시간 끌기’로 해석되기 쉬운 이유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초창기 야당 인사들을 향해 ‘퇴근길에 보통 사람들이 가는 식당에서 김치찌개에 고기 좀 구워놓고 소주 한잔하고 싶다’고 제안한 바도 있다”며 “물론 정무적인 판단이 깔린 선택이겠지만, 이처럼 평소 보여주기식 쇼를 싫어하고 소탈한 소통을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이 정작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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