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희망퇴직 후 경업금지..근로관계 관한 약정, 약관법 적용 안돼"

온다예 기자 2022. 7.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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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업금지 확약서 무효 두고 엇갈린 1·2심..대법서 일부 파기환송
대법 "근로계약 합의해지로 종료될 경우 권리·의무관계 정한 것"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희망퇴직 후 일정 기간 동종업계 취업을 제한하는 경업금지와 같은 약정은 근로관계에 관한 약정이기 때문에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희망퇴직 근로자 A·B씨가 보험사 C사를 상대로 낸 확약서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 일부를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29일 밝혔다.

C사는 2016년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두고 있던 A씨와 B씨는 희망퇴직을 신청을 했고 그해 12월 퇴사했다.

희망퇴직자는 퇴직금과 퇴직급여 이외에도 노사협의를 통해 정한 특별퇴직위로금·사원복지연금·창업지원금·자녀학자금 등 지급이 예정돼 있었다.

A씨 등은 퇴사하면서 C사와 확약서를 작성했는데, 이 확약서에는 영업비밀 누설 금지, 퇴직 후 1년간 동종업계 취업 및 창업금지(경업금지), 영업방해금지 등의 조건이 명시됐다.

해당 조건을 위반 할 때는 지급받은 퇴직위로금과 지원금 등을 반환하기로 했다.

A씨 등은 희망퇴직위로금과 지원금 등 명목으로 각 2억9000만원 상당을 지급받고 퇴직했는데, 이듬해인 2017년 5월 경쟁업체인 다른 보험사에 지점장으로 취업했다.

C사는 A씨 등이 퇴사한 지 1년도 안돼 경쟁업체인 다른 생명보험사에 취업해 확약서에 명시된 영업비밀누설금지·경업금지 등의 조건을 어겼다며 퇴직위로금 등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은 확약서로 인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침해당했다며 2017년 3월 확약서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C사는 확약서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반소로 맞섰다.

1심은 확약서가 유효하다는 판단 하에 A씨 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C사가 A씨 등에게 지급한 금원은 장기근속자의 자발적인 희망퇴직에 따른 금전적인 보상이자 확약서에서 정한 경업금지·영업방해금지 의무 등 준수에 대한 대가라고 본 것이다.

1심은 A씨 등이 C사에 각 3억여원씩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봤으나 근로자·회사로 지위가 대등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수를 낮춰 A씨는 1억7000만원, B씨는 1억5000만원을 반환할 것을 주문했다.

2심에선 '원고 일부승소'로 판단이 뒤집혔다.

2심은 약관법 6조와 8조에 따라 희망퇴직위로금과 기타 지원금품 등 반환을 약정한 부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약관법에서 약관은 계약 한쪽이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을 의미한다. 신의성실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거나 계약을 제안받은 자, 즉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은 무효로 본다.

2심은 "반환약정은 고객인 원고들을 비롯한 희망퇴직자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시키는 것으로 약관법 6조와 8조에 따라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C사의 반소 청구는 기각됐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확약서가 근로기준법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해당해 약관법 제30조1항에 따라 약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봤다.

약관법 제30조1항은 근로기준법 또는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영리사업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약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이 확약서가 약관법상 약관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피고와 소속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이 합의 해지로 종료되는 경우의 권리·의무관계를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인 근로계약 관계를 전제로 해 계약 종료 시 퇴직금 지급 외에도 퇴직위로금, 각종 경제적 지원에 수반되는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관한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단체협약에 따른 피고와 노동조합 사이의 협의, 원고를 비롯한 개별 근로자와 피고 사이의 합의가 있었고 상당한 액수의 경제적 급부를 대가로 하는 개별적 근로자의 자발적 신청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확약서의 작성 목적·경위 및 실질에 주목한 판결로, 약관법 제30조1항의 적용대상 제외범위를 명확히 했다"며 "희망퇴직의 유효성 여부와 그 조건 등이 문제가 될 경우 실질에 맞게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hahaha828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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