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 우크라 침공 받자 韓무기 찾았다..폴란드에 19조 수출 '잭팟'

최민경 기자 2022. 7.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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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공군 FA-50 전투기 편대가 16일 동해 상공에서 공중 초계임무 중 플레어 투하 훈련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2020.3.16/뉴스1

한국 방산기업들이 폴란드와 145억달러(약 19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 수출 계약을 맺었다. 현대로템의 K2 전차와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경공격기 등이 유럽에 진출하게 됐다. 방산기업들은 최대한 빠르게 무기를 납품하고 폴란드 현지에 공장을 설립해 유럽 수출 전진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 한화디펜스, KAI는 지난 27일(현지시각) 폴란드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무기 구매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기본 계약은 폴란드 획득 절차상 사업 예산을 설정하기 위한 총 물량과 사업 규모를 결정하고자 체결한다. 향후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납기와 상세사양, 교육훈련, 유지보수 조건 등 구체적인 계약 이행사항이 담긴 실행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폴란드는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을 수입하기로 했다. 최대한 신속하게 무기를 수입하고, 기술 이전을 받는다는 목표다. 폴란드 정부는 관련 기자회견도 예고하면서 "한국과의 무기 구매계약은 최근 수년래 가장 중요한 국방 분야 결정 가운데 하나"라며 "주문한 장비는 폴란드의 억지력과 방어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는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받자 지난 5~6월 한국 방산기업에 국방부 장관과 군 지원단, 재무 담당자 등을 보내며 무기 구매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폴란드는 한국과 기본 계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협상을 거쳐 가격 조건, 인도 시기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우리 국방부도 폴란드의 국산 무기 구매와 관련해 기존 주폴란드대사관 무관(武官) 외에 무기 구매계약 업무를 전담할 무관을 조만간 현지에 파견할 계획이다.
폴란드가 탐낸 현대로템 'K2 전차' 대박…1000대 기본계약 체결

이번 계약으로 방산기업들도 분주해졌다. 현대로템은 우선 국내 생산 K2 전차 긴급소요분을 폴란드에 공급한다. 이후에는 폴란드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과 국내 생산 물량이 최종 인도된다. 특히 2차 물량부터는 폴란드 군사 체계에 표준화되고 추가 사양이 들어간 K2 전차가 현지에서 양산된다. 이번 계약으로 폴란드도 자체 전차생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계약 체결로 K2 전차 완성품의 해외 첫 수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08년 튀르키예(터키)에 K2 전차 기술 이전에 성공하는 등 우수성을 입증했다.

현대로템은 노르웨이, 중동 등에도 수출을 타진 중이다. 노르웨이형 K2 전차(K2NO)는 올해 초 현지에서 실시된 동계시험평가에서 혹한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등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중동 최대 규모의 국제방산전시회(WDS)에서는 사막 기후에 최적화된 중동형 K2 전차가 현지 바이어들의 관심을 샀다는 후문이다.
유럽 탑건, FA-50 타고 훈련한다…KAI, 4조원 규모 수출

KAI가 만든 국산 경공격기 FA-50
KAI의 FA-50 수출 규모는 30억 달러(약 3조9258억원)에 달한다. 국내 항공기 완제품의 유럽 시장 진출은 사상 처음으로 물량과 가격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다.

FA-50은 2023년 중반까지 48대 중 12대가 먼저 인도된다. 폴란드는 지난 5월 FA-50 경공격기의 성능 개량 버전을 36개월 내 납품할 수 있느냐는 질의서를 KAI와 한국 정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공군이 운용하던 러시아제 미그(MiG)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공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를 FA-50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KAI는 폴란드 정부 및 현지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FA-50 MRO(유지·보수·운영) 센터를 설립한다. 현지에서 제품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준비한다는 방침이. 중장기적으로 폴란드 공군의 FA-50을 활용한 국제비행훈련학교 설립 및 운영도 추진한다. 유럽지역 내 조종사 훈련 소요를 충당하게 되면 폴란드 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특히 FA-50의 경우 폴란드 외에도 노후 전투기 대체가 시급한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FA-50은 우리가 보유한 장비로 상호운용이 가능하며 최신무장 장착이 가능한 폴란드 공군의 최적 기종"이라고 평가했다.

안현호 KAI 사장은 "이번 수출 계약은 단순 판매가 아닌 공동 협력의 시작"이라며 "FA-50 1000대 수출의 물꼬를 텄다"고 말했다. 이어 "FA-50 고객은 미래 KF-21의 잠재고객"이라고 강조했다.

KAI는 기존 수출국 항공기를 안정적으로 운영지원하고 있다. 또 지속적인 성능개량을 통해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 미국, 남미, 호주 등 전 세계 권역별 중점국가를 설정하고 집중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NATO 동맹 사로잡은 한화디펜스 'K9 자주포'…폴란드 거점으로 유럽 공략
K9 자주포/사진제공=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는 연내 폴란드 지사를 설립하고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유도탄 등 다양한 무기체계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수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폴란드는 K9 자주포 48문을 올해 우선 인수하고, 2024년부터 600여문을 자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폴란드는 2014년부터 한국에서 K9 자주포 차체를 수입해 만든 크랩 자주포를 국경에 배치해왔다. 폴란드가 올해 인수하는 자주포는 인접국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비들을 대체하게 된다.

K9 자주포는 지난 2001년 이후 튀르키예(터키), 폴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NATO 동맹 4개국을 포함, 핀란드, 인도, 호주, 이집트 등 총 8개 국가에 수출됐다. 글로벌 자주포 수출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번 폴란드 추가 공급 계약으로 K9 자주포의 점유율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한화디펜스는 NATO 동맹의 핵심인 영국과 미국의 자주포 사업에도 도전장을 낸 상태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영국의 기동화력체계(MFP) 사업에 탄약장전이 전자동으로 이뤄지는 자동화포탑이 탑재되는 최신 K9A2 자주포를 앞세워 경쟁에 나선다. 또한 미국의 사거리연장 자주포 사업(ERCA)에도 K9A2의 핵심 기술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부환 한화디펜스 해외사업본부장(전무)은 "K9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기술력이 검증된 자주포 솔루션으로 인정 받고 있다"며 "특히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K9 유저클럽'이 만들어질 정도로 폭넓은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폴란드를 거점으로 유럽시장 마케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며 "특히 NATO의 핵심 방산 파트너로서의 입지와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국산 무기 추가 구매 가능성…대규모 금융 조달 등 과제도 남아
한화디펜스 레드백 /사진=최민경
방산업계에선 폴란드가 다른 한국산 무기를 추가 구매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폴란드 현지 언론은 폴란드 국방부가 K21 보병전투차와 K808 차륜형 장갑차 백호, K239 다연장 로켓발사기 천무, 중거리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에도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폴란드는 한화디펜스의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Redback) 도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추가적인 수출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폴란드 국방부 대변인은 호주 차세대 궤도장갑차 사업(LAND 400 Phase 3)의 최종 후보 기종인 레드백을 기반으로 새로운 중형급 보병전투장갑차를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방산기업들이 생산한 무기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고 후속 지원이 신속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다른 유럽 국가로의 수출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번 수출로 올해 들어서만 UAE(아랍에미리트) 천궁 수출, K9 자주포 이집트 수출 등을 포함해 누적 방산수출액이 25조원을 넘어섰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수출 실적 9조5000억원의 2.5배가 넘는 규모다. 최근 5년치 수출을 모두 합한 것과 비슷하다. 당초 정부와 방산업계에선 올해 방산수출액이 100억달러(약 12조5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지만, 벌써 두 배 이상 규모를 수출했다.

다만, 폴란드의 대규모 금융 조달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각에선 폴란드의 대금 지급 능력을 우려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폴란드의 국방예산은 128억 달러(약 16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폴란드는 지난 2월 관련법을 개정해 GDP(국내총생산)의 2.2% 수준인 국방비를 3%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경제가 어려워져도 국방 예산에는 영향이 가지 않도록 국군지원펀드(PFR)를 별도로 만들었다.

방산업계에선 국가 간 상호군수지원협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군수지원협정은 유사시 군사분야에서 식량, 연료, 탄약, 수송·의료 서비스 등을 주고받는 조건을 규정하는 협정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출입은행 등에서 도와줄 일이 있으면 적극 도와줘야 수출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수출 경험이 많은 프랑스처럼 장기 저리로 계약할 수 있는 파이낸싱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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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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