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내각' 尹정부, 엘리트주의 버리고 '국민 설득' 나서야"
[편집자주] 출범 후 불과 80일을 넘긴 윤석열 정부 앞에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는 달콤한 '단기처방'을 거부한다. 나랏돈을 동원한 포퓰리즘 대신 규제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눈앞의 인기보다 국가의 미래를 앞세운 선택이다. 윤석열 정부가 사면초가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본다.
"지난 두 달을 보면 저를 위시해 장·차관님들이 정치인보다 전문가들이 많다 보니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 이런 게 있었다."
지난 24일 새 정부 출범 후 취재진 앞에 처음 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앞으로 정무감각을 갖고 언론·국회와 소통하겠다"면서 꺼낸 말이다. 숨가쁘게 70여일을 달려온 윤석열 정부의 자성이 담겼다.
민간·시장 주도 성장, 노동·교육·연금제도 개혁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방향성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묵혀왔던 숙제다.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 위기 속에 출범했고 해법으로 정공법을 택했다. 세금 퍼주기 등으로 위기를 봉합해온 정책을 버리고 속도가 느리더라도 국가의 방향타를 돌리겠다는 목표다.
핵심은 '민간 주도' 성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로 인한 부작용을 바로잡기 위해 민간·시장 주도로 경제 체제를 전환하고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의 혁신과 신사업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를 바꾸고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관행적 그림자 규제를 철폐하는 등 규제 개선이 대표 과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한다고 경제학 원론과 싸우고 원전을 폐쇄하고 태양광 발전 한다고 산을 깎았다"며 "윤석열 정부는 아직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획기적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방역한다고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QR코드를 찍게 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는 것,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국제질서에 편입되는 것, 6000개가 넘는 경제인 형벌조항을 개선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을 바로잡는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문제는 긍정적 취지의 정책을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국정 동력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출범 100일도 안 된 새 정부가 민심 이반 우려에 직면했다. 30% 초반대로 추락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특별한 정책 실정으로 인한 게 아니라는 측면에서 대통령실 참모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여전히 기본적 인식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다는 것이다. 이달 초 "지지율은 의미 없다"던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이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거대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심의 뒷받침이 없으면 개혁 과제를 추진하기 어렵다. 인기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고통스러운 체질 개선을 선택한 새 정부지만 역설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세를 끌어내야만 이를 밀어붙일 수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연구위원은 "개혁은 늘 저항과 반발을 수반하며 욕먹을 각오를 하고 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현재의 지지율 하락이 개혁 드라이브를 걸다가 발생한 게 아니고 국민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태도와 언행, 인사 문제 등에 기인했다는 점이다. 잔 파도에 멀미가 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사소한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전체 정책 방향의 취지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관건은 정치다. 국회는 물론 국민을 상대로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고 반대편을 설득해내는 정치를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엘리트 관료 위주의 새 정부 내각과 참모진에서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재묵 교수는 "엘리트들은 민심이 등을 돌려도 자신의 옳음을 입증해 보이려고 하는데 의견이 다르면 왜 그럴까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은 시험을 쳐서 대통령이 된 게 아니라 선거를 통해 선출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적극적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대통령실 수석들이 언론과 접촉을 늘리고 있고 개별 장관들의 대국민 홍보도 연일 중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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