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농약만 보는 친환경 인증제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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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친환경농가수(유기·무농약 포함)는 5만6030농가로 2020년(5만9122농가)보다 3000여농가가 줄었다.
자발적 인증 포기 농가도 있지만 사용하지도 않은 농약이 비산돼 검출됨에 따라 억울하게 인증이 취소된 농가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제주에서 18년간 감귤농사를 짓는 김영란씨는 "소명절차에 포함된 청문회는 인증기관 관계자만 참석해 농가를 대변해주는 사람 하나 없었고, 인증 취소 결정 이후 억울해 제기한 행정소송도 농민이 감당하긴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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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취소 사례 간담회
비의도적 혼입 농가에 책임
불가항력 요인 증명 어려워
과정중심의 제도로 전환을
“지난해 제주도 친환경농가 10%가 인증이 취소됐습니다. 해마다 이런 경향이 심해져서 농약을 안 친 농가들도 매번 검사 때마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입니다.(이지영 제주친환경농업협회 부회장)”
지난해 친환경농가수(유기·무농약 포함)는 5만6030농가로 2020년(5만9122농가)보다 3000여농가가 줄었다. 자발적 인증 포기 농가도 있지만 사용하지도 않은 농약이 비산돼 검출됨에 따라 억울하게 인증이 취소된 농가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농가가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로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농약’에 피해를 본 농민의 목소리를 27일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가 개최한 ‘친환경농업 인증 취소사례 간담회’에서 들을 수 있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불가항력 요인으로 잔류허용기준 이하의 농약이 검출된 경우 농가는 2차례까진 시정명령을 받는다. 3회부터는 인증이 취소된다. 하지만 이는 ‘불가항력’이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경우에 한해서다. 증명하지 못하면 바로 인증이 취소된다.
문제는 농가가 불가항력을 증명하기 매우 어렵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제주에서 18년간 감귤농사를 짓는 김영란씨는 “소명절차에 포함된 청문회는 인증기관 관계자만 참석해 농가를 대변해주는 사람 하나 없었고, 인증 취소 결정 이후 억울해 제기한 행정소송도 농민이 감당하긴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강성중 식생활교육안동네트워크 상임대표도 “사용한 적 없는 농약의 출처를 찾느라 이웃농가의 농약 구매이력을 확인하고 빌린 농기계가 어디서 쓰였는지까지 찾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간담회에선 이런 절차가 간소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우진 유기식품평가원 대표는 “비산 등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라도 농가의 경영 관련 자료가 믿을 만하다면 ‘불가항력’이라고 인정해 인증을 유지해주면 좋겠다”면서 “다만 의도적으로 농약을 뿌리는 농가의 도덕적 해이는 걸러낼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잔류농약검사 결과만을 가지고 인증 여부를 결정짓는 현 제도에서 탈피해 ‘과정 중심의 인증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유병덕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장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은 생산자가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인증제도를 운영한다”면서 “우리도 친환경적 방법으로 농사지은 농가가 외부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 농약 검출을 책임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년째 반복되는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결국 농정당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억울한 인증 취소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개편하고자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면서 “불가항력 증명에 대한 농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법령을 개정할 부분도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세종=양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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