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Q 마늘 충격파..'물가'는 못잡고 '농가'만 잡았다

이민우 2022. 7. 29.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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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만t가량 공급 발표에
창녕 등 경매값 하락세 뚜렷
소비지 깐마늘값 꿈쩍 안해
가공업체도 도입 효과 의문
“애꿎은 농가만 결국 큰피해”


정부가 저율관세할당(TRQ)을 통해 마늘 1만t가량을 수입하기로 하면서 산지 마늘 가격이 직격탄을 맞았다. 깐마늘 가공업체 등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시들하면서 산지 마늘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소비지 깐마늘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정부가 공언한 물가안정 효과에 대한 의문이 산지와 소비지에서 제기된다.

정부는 22일 신선통마늘과 깐마늘 등 총 9616t 규모의 TRQ 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소식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경남 창녕·합천 등 마늘 주산지에선 농협들이 21일 경매를 중단하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이후 합천동부농협은 22일부터 경매를 재개했고, 21∼24일 경매를 중단했던 창녕지역 농협 공판장 4곳(창녕·이방·우포·영산)은 25일부터 경매를 시작했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25일 창녕·이방·우포·영산·합천동부농협 5곳에서 거래된 대서마늘 상품 1㎏당 평균 경락값은 4946원을 기록했다. TRQ 계획 발표 전 경매일인 20일 상품 평균 경락값이 1㎏당 522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74원(5.2%)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날 평균 경락값 5003원보다도 0.8% 낮은 값이다.

반면 소비지 깐마늘값은 TRQ 도입에도 꿈쩍도 않고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6일 깐마늘 소매가격은 상품 1㎏당 평균 1만3473원으로 지난해 1만2122원보다는 11.1%, 평년 9151원보다는 47.2%나 높다.

26일 서울 서초구 대형 유통매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려 여러 농산물을 수입까지 해서 싸게 공급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막상 장을 보러 나와보니 뭐가 달라진 건지 잘 모르겠다”며 “오늘 마늘뿐 아니라 고추·상추 등 몇가지를 샀는데 가격이 낮아지지 않은 거 같다”고 의아해했다.

마늘 가공업계도 이번 정부의 TRQ 도입 효과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미 깐마늘 가공업체들이 수요량의 80∼85%를 확보한 상황이라 TRQ 도입에 따른 가격 하락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진욱 한국마늘가공협회장은 “깐마늘 가공업체들이 필요한 물량의 8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부분 물량의 매입원가가 높은 실정이라 정부가 원하는 만큼 깐마늘값이 떨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지 마늘값만 주저앉는 것은 정부의 TRQ 계획 발표로 향후 가격 하락을 예상한 중도매인과 실수요자인 깐마늘 가공업체 등의 매수세가 꺾인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공정표 이방농협 조합장은 “TRQ 계획 발표 전 마늘을 비싸게 샀다고 생각한 중도매인들이 지금부터라도 싸게 사들여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려는 상황”이라며 “공판장에 출하되는 물량이 거래되고는 있지만 농가들의 희망가격과 중도매인들의 구매가격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노태윤 합천동부농협 조합장은 “TRQ 공고 이후 산지 마늘값이 1㎏당 200∼300원 하락했다”며 “현재 산지에 남아 있는 물량은 전체의 15∼20%로 추정되는데 가격 하락에 따른 농민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깐마늘 가공업체들 사이에선 구매량을 줄이는 등 관망세가 강해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경동 마늘이야기 대표는 “마늘값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물량 확보에 소극적인 업체들이 많아졌다”며 “납품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산지에서 구매는 하고 있지만 그날 필요한 양만 구입하는 등 매수심리가 약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의 성급한 물가안정 정책으로 애꿎은 마늘농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태문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어느 정부도 마늘 성출하기에 TRQ를 도입한 적은 없었다”며 “물가용 TRQ 도입으로 정작 가격안정 효과는 보지 못한 채 마늘농가들의 피해만 누적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민우·김광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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