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밀려오는 경기둔화의 공포..힘 잃는 韓 3%대 기준금리 전망
韓 수출둔화 우려 커져.."연말 2.75%까지 오르는 선에서 마무리"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회의마다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겠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이 내놓은 발언은 시장에서 '덜 매파적'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물가 잡기에 올인하기 위해 경기 희생마저 감수하는 고육책을 꺼내든 파월 의장의 발언치고 수위가 낮았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 곳곳에서 경기 둔화의 신호가 점차 뚜렷해지자 연준이 통화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은 올 연말 우리나라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치 역시 속속 낮추는 분위기다. 높은 인플레이션의 격랑 속에서 '긴축의 공포'를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국내외 시장이 막바로 경기 둔화를 향해 눈을 돌리기 시작한 셈이다.
연준은 27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의 1.50~1.75%에서 2.25~2.50%로 0.75%p 대폭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우리나라 기준금리인 2.25%보다 0.00~0.25%p 높아졌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로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수준까지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하며 회의마다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고 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예상보다 '덜 매파적'이라는 시장의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경기 둔화에 대한 연준의 우려가 전보다 커지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이 올해 하반기 경기침체(recession)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며 "연준은 9월 0.50%p 추가 인상 이후 11월과 12월에 0.25%p를 인상한 후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선물 거래 시장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3.00~3.25%로 오를 확률이 31.1%로 반영됐다. 한달 전에는 7.3%에 불과했으나 4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3.25~3.50%로 인상될 것이란 전망도 37.1%에서 47.1%로 올랐다. 반면 3.50~3.75% 인상 전망은 43.0%에서 19.6%로 크게 줄었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에 '가속' 페달을 세게 밟던 미국이 하반기부터는 '브레이크'로 서서히 무게중심을 옮겨가면서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시장 기대가 커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통상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 금리가 덩달아 오르므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돼 경기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경기가 탄탄하게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의 동력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둔화의 신호가 거세지는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당장 금통위의 급선무는 '물가 잡기'이지만 이러한 과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에는 금통위가 경기에 신경을 쓸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든다.
이미 곳곳에서 경기 둔화의 신호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6월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하락하며 감소로 돌아섰다. 지난 7월 기업들의 경기인식 조사 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전월 대비 2p 떨어진 80을 기록했다. 업황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기업들이 전보다 많아졌다는 의미다.
금통위가 올해 남은 8·10·1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씩 모두 인상해 연말 3.0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은 전에 비해 힘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수출 둔화 우려로 인해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2.75%까지 오르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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