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범에게 동의 받고 촬영해라? 규제에 막힌 '경찰 보디캠'
[파이낸셜뉴스] '웨어러블 폴리스캠(보디캠)'의 범죄예방·경찰 신변 안전 효과가 각종 치안현장에서 입증됐지만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아직까지 정식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
그동안 약 6년의 시범운영기간 중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경찰의 안전을 지키고 관련 영상이 중요한 재판 증거로 채택되는 등 보디캠 도입의 순기능은 어느정도 효과가 인정됐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라는 규제에 가로막혀 현장 도입이 지연되면서 일부 경찰의 경우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비로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않은 실정이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보디캠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일선 치안현장에서 시범 운영돼왔으며 이 기간 동안 일선에선 보디캠의 효과가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한국경찰연구학회가 지난해 지역 경찰관 151명을 상대로 보디캠 이용 후기를 설문조사한 결과, '보디캠이 현장에서 발생한 일들을 더 정확하게 설명해준다'는 질문에 '동의한다'는 의견과 '매우 동의한다'는 답변이 각각 45.7%를 기록했다.
또 '경찰관들의 업무수행이나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문항에는 '동의한다'가 41.7%, '매우 동의한다'가 35.1%로 조사됐다. 이는 보디캠이 현장 채증 수단으로 매우 적합하다는 뜻이며, 특히 각종 중대범죄와 민생치안을 다루는 경찰관의 안전까지 담보할 수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처럼 채증수단 활용 및 경찰 신변안전 기능이 어느정도 입증됐음에도 불구, 시범운영이 종료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선 현장에 도입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 규제가 정식 도입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선 경찰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10만~30만원 수준의 보디캠을 사비로 구입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논란이 됐던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에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사비로 구입한 보디캠을 착용했다.
현직 경찰 A씨는 "현장에 직접 출동해 민원인과 접촉하는 교통외근, 지구대, 파출소 직원들한테 보디캠은 반드시 필요한 장비"라며 "하지만 비싼 가격때문에 구입이 쉽지 않아 한 팀에 1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정식 도입이전이라도 경찰안전 등을 위해 보디캠 구입비용 일부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현재 국회에 관련법안이 계류중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지난 5월 대표발의한 '경찰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디캠을 쓸 수 있는 경우는 △경찰공무원이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 △범죄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로 범행 중이거나 범행 직전 또는 직후일 것,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을 것 △피녹화자로부터 녹화 요청 또는 동의를 받은 경우 등이다.
그러나 통상 긴박한 상황에서 과연 용의자나 피의자의 동의를 얻어 보디캠을 사용하는 게 과연 합리적이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A경정(28)은 "체포하거나 범행 저지르기 직전 아니면 동의받고 사용 가능하다는 건데 동의를 받기도 어렵고 모욕죄 같은 경우 이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지 안 저지를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사용 요건을 조금 더 완화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도 "(미란다 원칙처럼)미리 고지할 의무는 부여하되 동의까지 받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조금 지나치다"며 보디캠 활용 관련 법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 보디캠 뿐만 아니라 경찰 순찰차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이 카메라로 녹화를 한다"며 "경찰의 촬영이 보편화돼 있어 따로 고지하지 않아도 시민들이 찍고 있는 것을 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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