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때 건강보험 재정 수천억원 낭비

선정민 기자 2022. 7. 29.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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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건보 적용 확대하며 의료계에 보상금 과다 지급"
MRI 검사 이익 79% 증가했는데 불필요한 손실 보상금 900억원
초음파 보상도 74억원 과다 지급, 1600억원 '의료 쇼핑' 의심사례도

연간 80조원에 이르는 건강보험 재정이 문재인 정부 때 총체적으로 부실 운영됐다는 내용의 감사원 감사 결과가 28일 나왔다. 당시 정부가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의료계 반발을 무마하느라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손실 보상금을 수십억~수백억원씩 과다 지급하는가 하면, ‘의료 쇼핑’ 등 불법 행위를 방치해 재정이 최소 수천억원 낭비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포함, 작년 11~12월 진행한 ‘건강보험 재정 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이날 확정해 발표했다.

감사원 전경. /뉴스1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임기 내 총 30조원을 투입해 초음파와 MRI(자기 공명 영상) 등 3800여 비급여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 급여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사 1만~3만명이 수익 감소 등을 우려해 대규모 도심 집회를 벌이며 반발했고, 정부는 초음파·MRI 11항목 중 8항목에 대해 연간 손실 1907억원을 보상해주는 방안을 시행했다. 하지만 2018년 10월부터 작년 12월까지 모두 900억원의 뇌 MRI 손실 보상이 부당하게 과다 지급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실제 뇌 MRI 급여화를 시행해보니, 진료 횟수가 크게 늘면서 의료계 수익이 2017년 대비 2019년에 오히려 79% 증가해 보상이 아예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정부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보상 규모를 낮추지 않고 계속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일부 뇌·두경부 MRI 검사는 비급여로 남았는데도 정부는 전체가 비급여화되는 것으로 가정해 대학병원 12곳에 201억원 규모의 불필요한 손실 보상을 했다. 남성 생식기 초음파에 대한 손실 보상도 실제 피해에 비해 74억원 과다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 쇼핑’ 등에 대한 사후 관리도 엉망이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4월부터 초음파·MRI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문 심사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1인당 검사 인정 횟수를 초과한 사례 등을 걸러내지 못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이 상복부 등 5가지 초음파와 뇌 MRI를 표본 점검한 결과, 1606억원 규모에 달하는 급여 기준 위반 의심 사례가 드러났다. 또 뚜렷한 질환 없는 검사 시행 등 상복부 초음파에서만 290억원의 부실 심사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건보 수입과 지출 관리도 주먹구구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2019년 3년 연속 사업 소득이 500만원을 초과했는데도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며 건보료를 내지 않은 프리랜서 등 미등록 사업자가 1만6074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등록 사업자의 사업 소득이 500만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에서 자동 탈락된다’는 원칙이 편법에 의해 깨진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미등록 사업자 상당수가 수입이 있음에도 ‘용역 계약이 종료됐다’는 허위 서류를 제출했고, 정부는 사실 확인 없이 이를 피부양자 유지가 가능한 예외 사유인 ‘폐업 등에 따른 사업 중단’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해줬다.

감사원은 “전반적으로 ‘사업 소득 감소’를 사유로 보험료를 조정해줘서 줄어든 건보 수입은 연간 1조5159억원 규모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얼마가 부당하게 줄어든 것인지조차 정부가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다른 사회보험이 국회 예·결산 심의를 받는 것과 달리, 건강보험은 복지부가 예·결산까지 수행하는 등 지출 총액에 대한 외부 통제 기능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7년 이후 재정 투입을 수반하는 복지부 고시 개정 안건 312건 중 270건(86%)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 없이 부처 내부 자문 회의 등으로 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건보 재정은 문 정부 시절 급속히 부실해졌다. 건강보험 당기 수지가 2018년 2000억원 적자로 전환된 이후 2019년 2조8000억원, 2020년 3000억원 등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건보 보장률은 2018년 63.8%에서 2020년 65.3%로 그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감사원은 “2020년 기준으로 적자 보전 성격의 정부 지원금 9조2000억원을 수입에서 제외할 경우 건보 적자는 3000억원에서 9조5000억원으로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보험료 수입 외 재정 지원에 따른 ‘눈가림’ 효과로 건보 부실이 감춰지는 게 한계에 달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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