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탄 커피 먹이고 내기골프.. 5500만원 뜯어내
경찰, 주도자 등 4명 검찰 송치
50대 A씨는 지난 4월 10년지기 친구인 B씨 등 3명과 내기골프를 치다가 5500만원을 잃었다. 평균 80타 중반을 친다는 A씨는 한 타당 30만~200만원이 걸린 그날 내기골프에서 104타를 쳤고 어떤 홀에서는 700만원까지 잃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B씨 일당이 몰래 A씨 커피에 탄 향정신성 의약 성분 로라제팜 때문이었다. 신경안정제의 일종인 이 약품은 졸음과 어지럼증, 근육 이완 등을 일으킨다고 한다.
전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따르면, A씨는 올해 초 B씨로부터 “조만간 내 지인들과 내기골프를 치러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작년부터 여러 번 함께 라운딩을 해 B씨 일당들의 골프 실력을 알고 있던 A씨는 흔쾌히 응했다. 내기골프는 지난 4월 8일 전북 익산의 한 골프장에서 이뤄졌다.
티오프에 앞서 A씨는 아침 식사를 거르고 혼자 밖에서 퍼팅 연습을 했다. B씨 일당은 몰래 로라제팜을 탄 커피를 A씨에게 건넸고 A씨는 별 의심 없이 이를 마신 뒤 오전 8시 17분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A씨는 첫 티샷부터 정신이 몽롱해지는 증세를 느껴 “그만 치겠다”고 했지만 B씨가 “판을 이렇게 키워 놓고 이제 와 그만두면 어떡하느냐”고 하는 바람에 골프를 계속했다.
평소 80타 중반을 친다는 A씨는 이날 전반 48타, 후반 56타를 쳐서 총 104타를 기록했다. 돈을 딴 홀은 1홀, 4홀, 6홀뿐이었고 나머지 15개 홀에서는 모두 꼴찌를 했다.
B씨 일당은 A씨에게 얼음물과 두통약 등을 먹이며 끝까지 내기골프를 치게 만들었다. 3000만원을 갖고 왔던 A씨는 모두 돈을 잃고 B씨에게 2500만원을 빌려야 했다.
A씨는 다음 날에도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전날 마신 커피에 의문을 품은 A씨는 경찰을 찾아갔고 소변검사를 했더니 로라제팜 성분이 나왔다. 경찰은 직접 골프장을 방문해 골프장 식당 내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B씨 등이 커피에 무엇인가를 넣는 장면을 확인했다. B씨 등은 “커피에 설탕을 넣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경찰은 이들이 갖고 있던 로라제팜 150정과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통해 공모 정황도 확보했다고 한다.
경찰은 B씨 등 2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다른 공범 2명은 불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강원도에서도 있었다. 지난 11일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커피에 타 상대방의 신체 기능을 떨어뜨리는 수법으로 내기골프를 해 45일여 동안 16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서 2억7200만원을 가로챈 일당 3명에게 징역 2년 4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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