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음극재 생산 국내 유일, GM과 14兆 공급계약
26일 찾은 세종시 소정면의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공장. 내부는 4~5층 높이의 기계식 주차타워처럼 보이는 푸른색 구조물로 가득 차 있었다. 검은색 탄소 용기에 담긴 흑연 가루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구조물을 오르내리며 가공 과정을 거쳤다. 가공 전 고운 가루였던 흑연이 1500℃의 고온에서 열처리 과정을 거친 뒤에는 조그만 숯처럼 검은색 덩어리로 변했다.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국내에서 음극재를 양산하는 업체는 포스코케미칼이 유일하다. 세계 시장에선 약 1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원재료인 흑연 투입과 완성 제품 포장을 제외하면 전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스마트 공장으로 1년 내내 쉬는 일 없이 돌아간다.
◇국내 유일 음극재 생산
음극재는 양극재·분리막·전해질과 함께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로 배터리 수명과 충전 속도를 결정한다.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다. 2010년부터 음극재 생산을 시작한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배터리 소재 사업 1세대에 해당한다. 원래 용광로 내부에서 고열을 견디도록 돕는 물질인 내화물 생산이 주된 사업이었던 포스코케미칼은 2010년 LS엠트론에서 65억원에 음극재 사업을 인수했다.
당시 음극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고, 국산화율은 0.1% 수준이었다. 연구·개발 끝에 국산화에 성공했고, 2011년 세종 1공장을 세워 생산을 시작했다. 초창기 1년 600t이었던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생산량은 올해 연 6만9000t에 달한다.
정규용 포스코케미칼 음극소재실장은 “음극재는 흑연이 원료이기 때문에 흑연이 풍부하게 채굴되고 내수 시장이 큰 중국 업체들이 경쟁력이 있다”며 “만약 포스코케미칼이 없었다면 중국 업체들이 바가지를 씌워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 공장 증설 투자를 계속해 2026년에는 17만8000t, 2030년에는 32만2000t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본사가 있는 포항에도 연산 8000t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지난해 말 준공했다. 코크스(석탄 가공 연료)를 열처리해 만드는 인조흑연 음극재는 기존 기술인 천연흑연 음극재보다 충·방전 효율이 높고 배터리 수명을 늘릴 수 있지만, 그간 국내에선 생산하지 못해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전량 수입하던 것을 국산화했다.
◇美 GM과 14조원 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 체결
포스코케미칼은 2012년 양극재 사업도 시작했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리튬과 니켈 등을 원료로 해 제조된다. 올해 2분기 포스코케미칼 매출(8032억원) 중 배터리 소재 사업이 3951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이미 포스코케미칼의 주력 사업이 됐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국내 유일 업체인 만큼 완성체·배터리 업체들의 러브콜도 뜨겁다. 포스코케미칼은 28일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13조7696억원 규모의 전기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부터 3년간 하이니켈 양극재를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에 공급하는 계약이다. 이번 계약으로 포스코케미칼이 GM에서 수주한 양극재 규모만 21조8000억원에 달한다. 계약 체결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포스코케미칼 주가는 16% 넘게 급등하며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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