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檢증권범죄합수단이 신속수사

김자현 기자 2022. 7.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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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검찰 "적발-처벌 강화"
앞으로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면 검찰에 부활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신속 수사하고 범죄 수익과 은닉 재산은 박탈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대검찰청, 한국거래소는 28일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 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싼값에 되사서 갚는 방식으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컸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감원에 공매도 조사 전담팀을 신설해 공매도와 연계된 불공정 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를 하기로 했다. 또 혐의가 발견되면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을 통해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복원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적극 수사에 나서 엄정하게 구형하기로 했다.

아울러 외국인투자가와 기관투자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기 위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진입 문턱도 낮춘다.

공매도 비중 30% 넘으면 과열종목 지정… 문제 법인 최대 5배 벌금


정부-검찰 ‘공매도와의 전쟁’ 선포

尹 “시장 교란행위… 뿌리 뽑아야”… 불법공매도 범죄수익 박탈 추진
금감원-거래소, 조사 전담조직 확대… 개미들 공매도 진입 문턱은 낮춰
담보 비율 140%→120%로 줄여


김주현(왼쪽 가운데)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회의실에서 열린 관계기관 합동회의에 참석해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 에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과 검찰이 함께 불법 공매도에 칼을 빼든 것은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증시가 하락하자 일부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27일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투자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식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공매도 규정을 위반해 무더기로 수억 원대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서둘러 공매도 제도 개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검찰, ‘공매도와의 전쟁’ 선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대검찰청, 한국거래소가 28일 긴급회의를 열고 합동으로 발표한 대책에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과 적발을 강화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우선 정부는 서울남부지검에 부활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뿐 아니라 공매도를 이용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합수단이 조기에 수사에 나서고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사에 걸리는 기간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처벌 수위도 높인다. 특히 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법인을 대상으로 부당이득의 3∼5배 수준인 고액의 벌금을 부과한다. 또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통해 불법 공매도로 얻은 범죄 수익과 은닉 재산을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제도에선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2∼3년이 걸리고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금감원과 거래소는 불법 공매도 조사 전담 조직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기획조사를 정례화하고,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높은 종목 등을 선별해 기획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거래소가 통보한 사건을 신속히 조사해 과징금을 적극 부과하겠다”고 했다. 처벌 및 적발 강화 방안들은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등 제도 손질도

아울러 공매도 제도도 대폭 손본다. 4분기(10∼12월)부터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담보 비율이 현행 140%에서 120%로 낮아진다. 개인들이 기존보다 적은 증거금으로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까다로웠던 개인들의 공매도 진입 장벽을 낮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참고할 수 있도록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제도도 확대한다. 3분기(7∼9월)부터 공매도 거래 비중이 30% 이상이면 주가 하락 폭이 크지 않더라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다. 이렇게 되면 과열종목 대상이 현행 690개에서 785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또 공매도가 금지된 날 주가가 5% 이상 하락하면 금지 기간을 다음 날까지 자동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장기간 대량으로 공매도를 하는 기관이나 외국인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공매도를 위해 90일 이상 주식을 빌린 투자자는 금융당국에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금감원과 거래소의 기획조사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한시적 공매도 금지 등의 조치는 논의되지 않았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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