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안 보인다" 삼성·SK 하반기 반도체 전망 '안개 속'

이인준 2022. 7. 2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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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메모리 업황 부진 우려 확산
투자 계획 수정 불가피…실적 전망에도 '그늘' 짙어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너무나 불확실성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 데이 바이 데이(날마다) 숫자(시장 전망치)들이 바뀌고 있다."(SK하이닉스 노종원 사업총괄 사장)

"매일, 매주 수요 전망을 업데이트하면서 시장 상황을 보고 있다."(삼성전자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4~6월) 갖은 악재를 딛고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하반기 전망이 암울하다.

반도체 업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장 상황에 대해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삼성전자 한진만 부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를 통해 "지나친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갖기보다는 다각도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점검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2분기 매출 77조2000억원, 영업이익 14조1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역대 2번째로 많고, 영업이익도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14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이슈, 금리 인상과 수요 둔화,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시장의 방향성을 판단하기가 갈수록 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보다 먼저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주력 사업이 줄줄이 매출 감소와 수익성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7일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13조8110억원의 매출을 올려 사상 최대 분기 매출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노 사장은 콘퍼런스콜을 마무리하며 "2분기 실적발표가 회사로서는 역대 최고 실적을 축하는 자리여야 했는데, 하반기 시황과 내년의 불확실성 때문에 여러 가지 좀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메모리 산업이 공급 측면에서 유연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대응하기도 어려워졌다"면서 "그래서 제품 평균 가격도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황의 등락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에 대한 우려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하반기에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장 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PC 등 IT 제품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불확실한 경기 전망에 기업 투자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보다 각각 5~10%, 8∼13%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도 이날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증가율을 13.6%에서 6.2%p 낮춘 7.4%로 조정했다. 이어 내년까지 약세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트너의 리차드 고든(Richard Gordon) 프랙티스 부사장(Practice VP)은 "반도체 시장이 다운사이클(하락 추세)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 계획도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열린 이사회에서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또 메모리 재고 수준이 예년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설비 투자를 상당 폭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이날 "단기 설비 투자는 탄력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보다 재고를 활용한 유연한 공급을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한 부사장은 “중장기 메모리 수요 대응하기 위한 투자는 계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이후 "하반기 메모리 가격 하락 폭이 생각보다 클 전망"이라면서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액 전망치를 56조3253억원에서 52조2878억원으로 7.2%, 영업이익은 13조2060억원에서 12조5458억원으로 각각 5.0% 낮췄다.

연초 기대됐던 삼성전자의 사상 첫 연간 영업이익 '60조 클럽' 가입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을 60조7000억원에서 58조3000억원으로, 현대차증권도 기존 대비 7.3% 하향한 58조7000억원으로 낮췄다. 다른 증권사도 실적 발표 이후 실적 추가 조정 가능성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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