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 '하청직원 직고용' 판결 쇼크, 파견법 조속히 개정해야

2022. 7. 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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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소속으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을 포스코 직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1만8000여 명에 달하고 유사한 소송을 8건이나 진행 중인 포스코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데에는 의미 있는 판결이지만 하도급업체를 활용하고 있는 철강, 조선 등 제조업체들은 '직고용 비용 쇼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28일 협력업체 직원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에게 전달된 작업 정보는 사실상 포스코의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이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이 도급 계약에서 허용하지 않는 원도급의 지휘·명령 등을 직접 받은 것이 인정된다며 직고용을 요구한 것이다.

산업계에서 불법파견 논란이 빚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파리바게뜨는 2018년 불법파견 논란으로 제빵사를 전원 직고용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도 지난해 7월 사내 하도급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현대차·기아, 한국지엠, 현대제철 등도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경우 산업계는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혼란은 1988년 제정된 낡은 파견법 탓이 크다. 우리나라 파견법은 청소·경비 등 32개 업무에 한해서만 최대 2년 동안 파견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파견업종과 기간을 까다롭게 제한해 놓은 나라는 드물다. 미국·영국·독일은 파견업무나 기간에 대한 제한이 아예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협력업체가 별도의 사업 주체로서 소속 근로자들의 채용과 임금 지급, 인사권·징계권을 행사했음에도 불법파견으로 판단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업들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낡은 파견법은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32개 업무에만 협소하게 허용하는 파견법의 범위를 확대하고 파견 기간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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