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마음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2022. 7. 2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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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치료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킬까? 우선 약.

약을 먹으면 기분이 변한다.

사람들은 흔히 생각이 바뀌면 기분이 달라진다고 여기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진료실을 찾아온 청년들에게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 마음이 한 뼘 더 성장하려면 사람을 만나고 우정을 나누는 것이 정신과 약이나 상담보다 더 중요해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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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변하면 생각·행동·가치관 변화 생겨
타자와의 만남 통해 진정한 자아·목표 성찰
정신과 치료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킬까? 우선 약. 약을 먹으면 기분이 변한다. 의욕이 생긴다. 생각이 바뀌고 행동도 달라진다. 달라진 마음이 탄탄하게 자리 잡으면 태도가 바뀐다. 이런 변화가 자아에 통합되면서 철학이 바뀌고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된다.

사람들은 흔히 생각이 바뀌면 기분이 달라진다고 여기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기분이 변해야 생각도 바뀐다. 정서가 먼저다. 우울하면 세상 만물이 싫게 보이지만 하룻밤 잘 자고 기분이 상쾌해지면 세상에 대한 긍정적 사고가 저절로 자라난다. 잘 자고,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기 위해 활동해야 마음이 달라진다.

두 번째는 역시 상담이다. 상담하면서 이것저것 개인사도 털어놓고 훌륭한 정신분석가라면 번개 같은 해석을 내리꽂는다. 이런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약처럼 작용한다. 그런데 이런 치유적 대화 이전에 낯선 타인을 향해 도약해 나아갔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 상담하면서 나눈 이야기나 의사가 전해주는 심리분석보다 자기 마음을 진지하게 관찰해주는 타자와의 만남이 치료 인자인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을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릴 때가 많다. 사람들은 자기 단점을 잘 안다고 여긴다. 이 생각 또한 옳기보다 틀릴 때가 더 많다. 혼자 이룬 자기 성찰은 불완전하다. “이게 나야!”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것보다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 자기 모습이 실제 자아에 더 가깝다. 타자의 낯선 모습과 마주했을 때라야 비로소 남들과 다른 고유한 자신의 모습, 즉 진짜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인생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나의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도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야만 얻을 수 있다. 개인적 욕망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인생이 의미 있다고 느낄 수 없다. 자신의 욕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과 내가 세상을 향해 내어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함께 깨달아야 우리가 살면서 전력투구해야 할 목표가 뚜렷해진다. 주관적 욕망과 객관적 좋음이 어우러져야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최대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타자와의 만남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 그와 좋은 인연이 될지 악연이 될지, 우정을 쌓을지 상처만 남을지, 어떻게 이어지고 끝날지 미리 알 수 없다. 예측 불가능성은 만남의 본질적 요소다. 만남이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킬지 미리 알지 못한다고 두려워하며 뒷걸음질 치면 마음은 성장할 수 없다. 타자와의 만남이 없다면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청년들의 불안증은 삶에서 뒷걸음질 치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한 치료는 다시 삶 속으로 뛰어들게 돕는 일이다. 진료실을 찾아온 청년들에게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 마음이 한 뼘 더 성장하려면 사람을 만나고 우정을 나누는 것이 정신과 약이나 상담보다 더 중요해요”라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친구를 “우리를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타자”라고 정의했다. 인간의 잠재력을 온전히 꽃피우려면 우정을 나눌 대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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