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마음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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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치료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킬까? 우선 약.
약을 먹으면 기분이 변한다.
사람들은 흔히 생각이 바뀌면 기분이 달라진다고 여기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진료실을 찾아온 청년들에게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 마음이 한 뼘 더 성장하려면 사람을 만나고 우정을 나누는 것이 정신과 약이나 상담보다 더 중요해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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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의 만남 통해 진정한 자아·목표 성찰
사람들은 흔히 생각이 바뀌면 기분이 달라진다고 여기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기분이 변해야 생각도 바뀐다. 정서가 먼저다. 우울하면 세상 만물이 싫게 보이지만 하룻밤 잘 자고 기분이 상쾌해지면 세상에 대한 긍정적 사고가 저절로 자라난다. 잘 자고,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기 위해 활동해야 마음이 달라진다.
두 번째는 역시 상담이다. 상담하면서 이것저것 개인사도 털어놓고 훌륭한 정신분석가라면 번개 같은 해석을 내리꽂는다. 이런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약처럼 작용한다. 그런데 이런 치유적 대화 이전에 낯선 타인을 향해 도약해 나아갔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 상담하면서 나눈 이야기나 의사가 전해주는 심리분석보다 자기 마음을 진지하게 관찰해주는 타자와의 만남이 치료 인자인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을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릴 때가 많다. 사람들은 자기 단점을 잘 안다고 여긴다. 이 생각 또한 옳기보다 틀릴 때가 더 많다. 혼자 이룬 자기 성찰은 불완전하다. “이게 나야!”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것보다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 자기 모습이 실제 자아에 더 가깝다. 타자의 낯선 모습과 마주했을 때라야 비로소 남들과 다른 고유한 자신의 모습, 즉 진짜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인생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나의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도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야만 얻을 수 있다. 개인적 욕망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인생이 의미 있다고 느낄 수 없다. 자신의 욕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과 내가 세상을 향해 내어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함께 깨달아야 우리가 살면서 전력투구해야 할 목표가 뚜렷해진다. 주관적 욕망과 객관적 좋음이 어우러져야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최대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타자와의 만남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 그와 좋은 인연이 될지 악연이 될지, 우정을 쌓을지 상처만 남을지, 어떻게 이어지고 끝날지 미리 알 수 없다. 예측 불가능성은 만남의 본질적 요소다. 만남이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킬지 미리 알지 못한다고 두려워하며 뒷걸음질 치면 마음은 성장할 수 없다. 타자와의 만남이 없다면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청년들의 불안증은 삶에서 뒷걸음질 치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한 치료는 다시 삶 속으로 뛰어들게 돕는 일이다. 진료실을 찾아온 청년들에게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 마음이 한 뼘 더 성장하려면 사람을 만나고 우정을 나누는 것이 정신과 약이나 상담보다 더 중요해요”라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친구를 “우리를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타자”라고 정의했다. 인간의 잠재력을 온전히 꽃피우려면 우정을 나눌 대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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