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아니다".. 대선 끝난 지가 언젠데, 김건희 여사 논란 여전히 '현재진행형'

김건호 2022. 7. 2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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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경력 대국민 사과 때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약속과 달리 적극적 행사 참여 속 尹 부정 평가에 영향
봉하마을·나토 정상회의에 지인 동행..사적 채용 논란 시발점 돼
이후 활동 자제 중이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남아있어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지난 3월 9일 21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5개월의 시간 동안 윤석열 정부의 정책만큼 주목받은 인물이 있다. 바로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다.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선 전후를 시작해 뜨거운 국민의 관심을 받아왔고, 때로는 지인의 대통령 집무실 채용 등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김 여사는 몸을 낮춰 두문불출하고 있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사건 등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안전항해 기원 의식을 한 뒤 장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쥴리 아니다” 잊을 만하면 또 제기되는 논란들

28일 김 여사의 20년 전 사진이 공개됐다. 대선 전후로 김 여사를 따라다녔던 쥴리 의혹이 근거 없는 혐오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우연히 일본인 지인 페이스북에서 김 여사의 2002년 사진을 봤다”고 했다.

박 교수가 언급한 일본인 지인은 일본 사진작가이자 도쿄예술대학 교수인 토키히로 사토 교수다. 사토 교수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2년 하마다시 어린이 미술관이 애써준 덕에 시모노세키 서울까지의 카메라 투어를 실시했다”며 “그때 동행하며 서포트한 한국인 아티스트 중에 김모씨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녀가 현 대통령 부인이라는 정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사토 교수는 2002년 김 여사와 동행했을 당시 사진도 덧붙였다. 사토 교수가 공개한 사진에서 김 여사는 연두색 셔츠와 흰색 점퍼를 입고 사토 교수 등 일행과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일본 사진작가이자 도쿄예술대학에서 교수 토키히로 사토 일본예술대학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김건희 여사의 2002년 모습. 페이스북 캡처
박 교수는 사토 교수의 페이스북을 공유하며 “김 여사가 1997년에 쥴리였다면 5년 후 이런 공간에서 이런 모습으로 보여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김 여사가 쥴리라는 주장은 자신 안의 여성 혐오를 드러내는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27일 쥴리 의혹을 제기한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안 전 회장은 출석 전 취재진에게 “제가 거짓말한다는 누명을 씌워서 고발된 것”이라며 “김 여사가 미몽에서 깨어나 무리한 고소·고발을 멈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쥴리 의혹이라고 불리는 논란은 김 여사가 과거 쥴리라는 가명을 쓰고 역삼동 한 술집에서 일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출마를 저울질 하던 지난해 6월부터 유튜브 등을 통해 근거 없는 논란이 무분별하게 확산했고, 김 여사는 “억울하다”, “속상하다”, “기가 막힌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쥴리'라는 예명으로 불려졌다는 등의 주장을 했던 안해욱(전 대한초등학교 태권도협회장) 씨가 지난 27일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피고발인 조사를 앞두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내조는 언제? 윤 대통령 부정 지지율에 끼친 영향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후인 지난해 12월 27일 자신의 허위경력에 관해 대국민 사과하면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조용한 내조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윤 대통령도 취임 후 배우자의 일정·수행·의전을 총괄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했다.

하지만 그의 약속과 달리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김 여사는 각종 공개 및 비공개행사에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일반의 평가다.

최근까지 대통령실의 리스크로 작용했던 사적 채용 의혹의 첫 시발점도 김 여사의 지인이었다. 김 여사는 지난 6월 13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권양숙 여사를 만나는 자리에 지인인 충남대 무용학과 김모 교수가 수행해 논란이 일었다. 그중 2명이 대통령실에 채용되기 전 김 여사의 개인 사업체인 코바나 컨텐츠에서 일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비선 논란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이틀 뒤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봉하마을은 국민 모두가 갈 수 있는 데 아닌가”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고, 논란이 확산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2021년 12월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윤 대통령의 첫 공식 외교무대였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에 동행한 김 여사가 민간인 신분인 지인과 동행한 사실도 비선 논란을 키웠다. 김 여사와 동행한 사람은 검사 출신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씨로 밝혀졌다.

결국 김 여사로 인한 논란은 윤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25일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8∼22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5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7월 3주차(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33.3%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63.4%로 긍정 지지율의 2배에 가깝다.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4.4%다. KSOI 조사는 무선 ARS 100%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6.7%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를 의식하듯 김 여사는 최근 공식 행보를 포함해 외부 일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김 여사는 이날 울산 동구 현대 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윤 대통령과 참석했다. 지난달 28일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이후 한 달만의 공개 행보다. 또 김 여사는 최근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 “팬클럽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의 발언은 본인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강 변호사와의 관계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마드리드=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논란 ‘트리거’ 되나

김 여사가 최대한 노출을 자제하며 당초 약속한 조용한 내조에 나선다 해도 한동안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결론이 곧 나기 때문이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검찰을 친정으로 두고 있는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를 기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후 무혐의를 둘러싼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검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들을 지난해 말 기소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김 여사에 대한 수사만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객관적 증거만 보면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 여사는 주가조작에 이용된 91명의 계좌 157개 가운데 자신의 계좌를 5개나 빌려줬고, 주식 매수액도 40억원에 달해 91명 중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많다. 거기에 권 회장이 권유로 주식 5억원 어치를 직접 매수하기도 했다.

앞서 대선을 앞두고 부담을 느낀 검찰도 이러한 점 때문에 김 여사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않고 그 결정을 대선 이후로 유보했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적 혹은 법리적 이유로 김 여사의 무혐 결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친정인 검찰이 무리하게 김 여사를 기소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의 아들인 권혁민 대표(빨간 원)가 지난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권 대표가 당시 앉았던 자리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친인척 등이 앉은 주요인사석이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앞서 경찰도 모친의 사문서위조 혐의의 공범으로 고발된 김 여사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모친인 최모씨가 2013년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347억원치는 은행 잔액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의 공범으로 김 여사를 수사했지만, 결국 증거불충분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도이치모터스와의 관계로 논란의 불씨를 지핀 것은 김 여사다. 권 회장의 아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주요 인사로 초청돼 윤 대통령 아버지 뒷줄에 앉았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야권 일각에선 특검을 해야 한다는고 주장도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과거 정권부터 오래 수사해온 사안으로,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곧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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