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견제" 미 상원, '칩법' 통과..힘 받는 바이든

자국 산업에 366조원 지원안
기후 대응 법안, 여당 내 합의

미국 연방상원이 27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산업에 2800억달러(약 366조5000억원)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반도체 칩과 과학법’(일명 ‘칩법’)을 표결에 부쳐 찬성 64 대 반대 33으로 가결 처리했다.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상원의원 17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초당적으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하원에서도 통과돼야 하는데 미국 언론들은 다음주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법안은 반도체 생산에서 뒤처진 미국의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직면한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강국 부상을 억제하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법안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에 390억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에 110억달러 등 반도체 산업 지원에 520억달러를 배정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함으로써 이미 미국에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삼성, SK 등 국내 대기업도 혜택을 받게 됐다.

반도체 및 첨단 산업 육성은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모두 찬성하는 사안이었다. 앞서 미 상원과 하원이 관련 법안을 각각 처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상원과 하원을 통과한 법안의 서로 다른 조문을 단일화하는 문제, 처리 방식 등을 둘러싸고 정당 간 마찰이 생기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당별 이해관계가 달라 법 처리가 지연됐었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 신설 등 투자를 약속했던 일부 외국 기업들이 약속했던 인센티브 제공이 불투명해지는 데 반발해 공장 건설을 중단시킬 조짐이 나타나자 공화당도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환영 성명에서 “이 법은 미국의 반도체 생산을 가속화시킴으로써 자동차에서 식기세척기까지 모든 제품의 가격을 낮출 것”이라면서 “우리는 핵심 기술을 다른 나라에 절대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칩법이 상원을 통과한 직후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이 기후변화 대응, 법인세 최저한세 15% 인상 등을 담은 패키지 법안인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에 찬성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상원 의석을 공화당과 정확히 양분한 민주당은 당내에서 딱 1명이라도 반대하면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없다.

이 법안에 줄곧 반대해온 맨친 의원을 1년 동안 설득해 타협을 이뤄냄으로써 좌초 위기에 놓였던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정책들은 회생의 기회를 얻게 됐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