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유럽, 곡물 씨가 마른다

박용하 기자 2022. 7. 2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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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가뭄 기후위기 영향
수확량 급감·수급난 겹쳐
식량위기 한층 가중될 듯
우크라 수출 지속성 '변수'
프랑스 북부 하이네쿠르에서 27일(현지시간) 한 농부가 트랙터로 가뭄 때문에 건조해진 밭을 갈고 있다. 하이네쿠르 |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을 덮친 폭염과 가뭄으로 곡물 수확량이 대폭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기후위기에 따른 영향까지 겹쳐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JRC)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월간 작물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역내 작물 수확량 전망치를 전월에 내놓은 추정치에 비해 2.2% 낮췄다. 작물별로 보면 콩은 9%, 해바라기는 8%, 옥수수는 7.9% 하락해 높은 변동률을 보였다. 보고서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의 유럽 상황이 반영됐다. 올여름 유럽을 휩쓰는 폭염과 가뭄의 영향이다.

국제곡물위원회(IGC)도 앞서 지난 21일 내놓은 월간보고서에서 기후 문제를 반영해 수확량 전망치를 22억5200만t으로 낮춰 잡았다.

이는 지난 6월 내놓은 22억5500만t에서 300만t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IGC의 전망에서는 옥수수와 밀의 수확량이 각각 3200만t과 1100만t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적인 수확량 감소를 이끌었다.

스페인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대다수 국가들은 최근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 같은 현상은 주요 작물들이 꽃을 피우거나 물을 필요로 하는 시기와 맞물리며 농사에 악영향을 끼쳤다. 폭염은 작물의 품질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는 옥수수와 해바라기, 콩, 밀 등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 압박을 받고 있는 작물이다. 폭염에 따른 수확량 감소가 현실화되면 공급 압박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어지고 있는 세계적인 식량위기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나마 최근 우크라이나에 묶여 있던 곡물들을 수출하기 위한 4자 협상이 타결된 것은 곡물 시장에 긍정적 요인이다. 합의에 따라 곡물 수출 과정을 관리할 공동조정센터(JCC)가 지난 27일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 문을 열었다.

준비 작업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이르면 수일 내 수출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요 수출 항구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과 운송 선박의 안전성 문제 등이 남아있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가이 플래튼 국제해운회의소 사무총장은 AP통신에 “(우크라이나의) 기뢰 지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 수 있나”라며 “(수출 재개에는) 너무나도 많은 불확실성과 변수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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