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 프레임에 갇혀버린 질병청..전문가는 오히려 "정책 연속성" 강조
무리하게 차별화 시도 ‘머쓱’
백경란 “지원금 축소에 송구”
방역당국이 ‘과학방역’ 프레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8일 이례적으로 코로나19 대국민 브리핑을 열었지만 “과학적 방역이란 합리적 정책 결정”이란 설명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방역 문제까지 이전 정부와 무리하게 차별화를 시도하며 과학방역 프레임에 스스로 갇힌 형국이다. 오히려 당국자와 전문가는 이전 정부와의 정책적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정례브리핑 대신 국민 질문에 백경란 청장과 전문가들이 직접 답하는 브리핑을 열었다. 전문가로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소속 김남중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를 초청했다.
지난 유행 때도 비슷한 형식의 특별브리핑을 연 적 있지만, 이번엔 여당의 ‘공개 질책’ 후 열렸다는 점에서 달랐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각자도생이란 비판까지 나온다”며 “정례브리핑 횟수를 늘리고 대국민 방역지침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미리 접수한 첫번째 질문은 ‘새 정부의 과학적 위기대응 방역정책은 무엇이냐’였다. ‘과학방역’은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이전 정부의 방역을 ‘정치방역’이라고 규정하면서 처음 사용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재확인한 공식 방역 기조다.
전문가들은 이전 정부와의 정책 차이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김 교수는 “변이의 특성, 백신·치료제 보유를 모두 고려해서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과학방역”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정기석 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이 “근거 중심의 정책”이라고 한 것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차별성보다는 연속성이 더욱 강조됐다. 백 청장은 “2년6개월 동안 쌓인 근거에 기반해서 정책을 최대한 정교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정 교수 역시 “지금 방역정책은 지난 2년 반 동안의 경험과 희생의 산물”이라며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까지는 전체 감염자의 규모를 줄이려는 정책을 폈다면, 이후부터는 확산을 저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확산을 어느 정도 용인하더라도 사회·경제적 피해의 크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적응해 왔다. 이런 정책적인 방향은 항상 연속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백 청장은 이날 격리자 대상 생활지원금 축소에 대해 사실상 사과했다. 생활지원금 지급일수와 액수는 지난 11일부터는 기준 중위소득 이하(소득 하위 50%) 가구에만 지급하는 것으로 대상을 대폭 축소했다. 백 청장은 “ 지원이 좀 축소된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백 청장은 개량 백신 접종 가능성에 대해 “모더나는 ‘BA.1’에 대한 개량 백신을 8월 말~9월에 허가 받고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유행하는 ‘BA.5’에 대한 개량 백신은 화이자·모더나 모두 11~12월에나 개발 혹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는데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8만8384명으로 1주일 전(21일·7만1146명)보다 1.2배로 늘었다. 7월 초중순 1주일 전보다 2배씩 늘어나던 추세(더블링)에서 확산세가 다소 누그러졌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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