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철업종 '불법파견' 첫 인정

이혜리 기자 2022. 7. 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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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도 포스코 소속 노동자"
지위 확인 소송 11년 만에 '승소'
대법원의 포스코 불법파견 확정 판결이 선고된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포스코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11년 만에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이 완성차, 부품사, 타이어 제조사 등 자동차업종 기업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적은 있지만 제철업종 기업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28일 포스코의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2건에서 정년이 지난 4명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에 대해 원고 승소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고들은 주로 1990년대 하청업체에 입사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일했다. 쇳물로 얇고 긴 철판을 만드는 ‘압연공정’에서 크레인으로 코일을 운반하는 업무를 했다. 원고들은 자신들의 고용형태가 불법파견이라며 포스코 소속 노동자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2011년(15명)과 2016년(44명) 제기했다.

파견법은 2년 넘게 계속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 원청이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한다. 원청의 지휘·명령을 받아 원청 소속 정규직과 함께 유사한 업무를 하는데도 기한 제한 없이 비정규직으로 쓰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다.

2건 모두 1심 법원은 원고들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에서 원고 승소로 뒤집혔다. 2심 법원은 하청노동자들의 코일 운반 업무는 압연공정에서 필수적인 부분이고, 포스코 정규직들의 업무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판단했다. 또 포스코가 작업표준서, 전산관리 시스템을 통해 하청노동자들에게 구속력이 있는 업무 지시를 했다고 봤다. 하청노동자들이 포스코에 불법파견돼 일했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다만 정년이 지난 4명은 포스코 노동자임을 확인할 이익이 없다며 각하로 결론냈다.

이번 대법원 확정판결로 인해 철강기업의 광범위한 비정규직 사용에 제동이 걸렸다.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는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철업계 최초의 불법파견 대법원 선고와 확정판결을 환영한다”며 “포스코를 넘어 제조업에서 불법파견을 중단시키고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치 못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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