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집회 금지' 경찰의 3대 황당 주장

홍주환 2022. 7. 2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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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로 분리된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까지 시민들은 청와대 100m 이내에서 집회와 시위를 열 수 없었다. 청와대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을 멋대로 해석해 왔기 때문이다.    

집시법 11조 3호는 '대통령 관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는 옥외 집회와 시위를 열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 부지가 7만 6000평(25만여㎡)에 달하다 보니, 청와대 북쪽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를 기준으로 남쪽 경계 100m 역시 청와대 경내가 된다. 집시법을 법대로 적용하면 청와대 내부, 정확히는 대통령이 귀빈들을 접대하는 장소인 상춘재와 녹지원, 대통령 비서실이 있는 여민관에서도 집회가 가능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과 법원은 오랫동안 집시법 11조 3호를 '변칙 적용'하는 식으로 청와대 인근 집회와 시위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관저'에만 적용되어야 했던 집시법 11조 3호의 효력을 '대통령 집무실과 경호·참모시설'까지 확장해 청와대 부지 전체를 집회·시위가 불가능한 '무풍지대'로 만들어줬다.  

'대통령 집무실'과 '대통령 관저'는 청와대 외곽 담장 내에 함께 위치하고 있었던 관계로 종래에는 청와대 외곽 담장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 옥외집회나 시위는 금지돼 왔다. 하지만 이는 위와 같은 장소적 요인으로 인한 반사적이고 부수적인 효과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 서울행정법원 / 2022.5.26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 집무실을 차렸고, 관저는 서울 한남동에 두면서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공간적으로 분리됐다. 집시법을 아무리 변칙 적용해도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집회·시위를 막을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대통령실 100m 이내 집회' 금지한 경찰... 무슨 이유일까

그런데 경찰의 판단은 청와대 시절과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 4월부터 이미 '용산 대통령실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4월부터 6월까지 대통령실 100m 이내에 신고된 집회 22개를 모두 금지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참여연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 등이 신청한 집회였다.

집회·시위는 물론이고, 대통령실 앞 행진도 불허됐다. 무지개행동의 박한희 변호사는 "처음에 경찰이 행진을 금지하길래 우리가 '구호 안 외치고 그냥 조용히 지나가기만 하겠다'고 했는데, 경찰이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아예 통과도 못 한단다. 경찰청에서 그렇게 하라고 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부지 경계(담장)를 기준으로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했다.

경찰의 집회·시위 금지 결정을 납득할 수 없던 시민들은 경찰을 상대로 '집회금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동시에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집행정지란 행정기관이 내린 처분의 효력과 집행을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잠정 중단하는 절차다. 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 경찰의 집회금지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본안 소송이 끝나지 않았어도 일단 집회·시위를 열 수 있다. 

이렇게 지난 4월부터 7월 19일까지 시민들은 9건의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모두 시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경찰의 대통령실 앞 집회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경찰은 어떤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시위를 금지했던 것일까. 뉴스타파는 무지개행동과 참여연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전국철도노조 등 6개 단체가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집행정지 사건 자료를 입수했다. 자료 중에는 경찰이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답변서도 포함돼 있어 경찰이 제시한 집회금지 결정 사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내놓은 논리는 대부분 '억지'에 가까웠다. 

경찰 주장 ① : 대통령 집무실이 '관저'?

경찰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대통령 집무실도 대통령 관저로 봐야 한다는 한다'는 것이다. 집무실과 관저가 사실상 같은 개념이니 대통령 관저는 물론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에서도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경찰은 시민단체들이 소송과 집행정지를 제기할 때마다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아래 내용은 지난 5월 경찰이 참여연대와의 소송 당시 내놓은 답변서 내용 중 일부.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을 신축해 집무실과 주거지가 다른 건물로 분리됐으나, 도보로 수분 거리 내의 같은 구역 내에 존재한다는 점은 변경된 것이 없어,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로 대통령의 집무실과 주거지가 사실상 동일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선 연혁적으로 '대통령 관저'란 대통령의 집무실과 거주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통용됐습니다. (중략) 집시법 문언에서 '관저'만 떼어낸 후 사전적 의미가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는 신청인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 경찰 측 답변서 / 2022.5.18

이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경찰은 재판에서 '1989년까지는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한 건물(청와대 구 본관)에 있었다'는 사실도 제시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경무대(청와대의 전신) 관저에서 업무를 본 적 있다'는 기록까지 찾아 제출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관저는 단순한 거주시설이 아니라 '집무 공간'으로서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1959년 국무회의록. 경찰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경무대(청와대의 전신) 관저에서 업무를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관저는 집무 공간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 집무실도 관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회의록 출처 : 국가기록원)

하지만 뉴스타파와 만난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경찰의 이런 논리를 '말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집시법에 '대통령 집무실이 집회금지 구역'이라고 돼 있지만 않으면 더 이상의 해석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저냐 집무실이냐 하는 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다.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는 한 그걸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해선 안 된다. 집시법에 집무실이라는 말이 없다면, 집무실이 어디에 있건 그 주변 집회를 금지하는 사유로 사용해선 안 된다. 경찰의 의견은 법 해석 원칙에 어긋나며, 경찰에 부여한 법률 해석의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다. 한마디로 경찰의 월권이다"라고 말했다. 

오민애 변호사 역시 "'사회 통념에 반한다'거나 '현저한' 같은 애매한 표현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석할지가 법원에 맡겨진다. 그런데 관저는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바로 정의 규정이 나오고, 그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확대 해석할 이유가 없다. 경찰이 법이 의도한 걸 넘어서서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만 보더라도 '대통령 집무실도 관저'라는 경찰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2017년 12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법령에 쓰인 용어는 정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인 의미를 따라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내부 모습. 경찰은 이 대통령 집무실도 '관저'로 볼 수 있다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했다. 

경찰의 황당한 주장은 더 있다. 다음은 경찰이 지난 5월 19일 시민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사건 도중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 

용산 국방부 청사는 여전히 '대통령 관저' 개념에 포섭됩니다. 국방부 청사가 국가비상사태 등을 대비해 대통령의 거주 기능을 포함하고 있고, 재난재해나 안보위기 등이 발생 시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거주하며 업무를 하도록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 경찰 측 답변서 / 2022.5.19

한마디로 '대통령이 유사시에는 집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으니 대통령 집무실도 관저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경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민들이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집회금지처분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원은 일관되게 "대통령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는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경찰 주장 ② : 시민의 폭력성 과장

대통령실 주변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은 시민들의 폭력성을 과장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8일, 참여연대가 제기한 집회금지처분 취소 집행정지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법원에 낸 답변서에는 "시민들이 대통령실을 향해 야구공이나 소주병, 보도블록과 같은 위험 물질을 투척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집회 장소가 대통령 집무실 최인접 지역에서 개최됨에 따라, 신청인 단체가 항의의 표시로 대통령 집무실 경계 내부로 불순물을 투척하거나 월담, 출입구 방면 집단진입 등을 시도할 경우, 대통령의 기능 및 안녕에 직접 침해가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 경찰 측 답변서 / 2022.5.18

시민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사건에서도 경찰은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을 대리하고 있는 김소리 변호사는 "경찰은 법원에 나와서도 '집회 장소에서 던지면 충분히 대통령 집무실 부지 담장 안으로 들어간다'고 얘기했다. 경찰이 이 주장을 너무 심하게 해서 재판부도 짜증이 났는지 저희에게 '원고 신청인, 던질 거예요?'라고 물어본 뒤, '안 던진다잖아요'라고 경찰에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찰이 낸 답변서 어디에도 '시민들이 폭력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경찰이 낸 각종 서류를 살펴봤지만 막연한 추정과 우려만 나열돼 있을 뿐이었다. 과거 집회·시위 중 월담과 시설 점거를 한 사례가 소개돼 있긴 했지만, 경찰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경찰은 해당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과거 민주노총 집회를 '대통령실 주변 집회·시위를 금지'해야 하는 이유로 들고 있었다. 참여연대 김선휴 변호사는 "그동안 경찰이 집회신고 금지 관련 소송 때마다 의례적으로 써왔던 방식이다. 아무런 개연성이 없는 주장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참여연대와 '집회금지처분 집행정지' 사건 진행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경찰은 과거 민주노총이 국회 월담을 한 적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참여연대의 대통령실 앞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이 폭력을 저지를 수 있어 집회·시위를 막아야 한다'는 경찰 주장은 법률과 헌법에도 반한다. 집시법 5조 1항 2호는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를 금지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0년 4월 29일 "집시법 5조 1항 2호는 형법상 범죄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 행위가 집단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그와 같은 위협이 발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고, 참가자가 개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회· 시위를 금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정리하면, 단순히 집회 참가자 한두 명이 대통령실 담장으로 물건을 던질 수 있다는 정도로 집회를 막을 순 없고, 경찰이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의 가능성'을 명백하게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주장 ③ : 집회 소음이 대통령실 업무 방해

경찰이 낸 답변서에는 "집회가 대통령 집무실 최인접 지역에서 개최됨에 따라 집회 소음에 따른 대통령 집무실 업무 방해가 필연적"이라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집회 소음으로 대통령실 업무가 방해받을 것이 분명하니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기존 판례에 배치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집회·시위 중 소음이 발생한다고 해도 법에서 정한 기준을 넘지 않으면 업무방해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업무방해죄가 구성되기 위해선 집시법 시행령에서 정한 소음 기준을 지속적으로 초과해야 한다. 그런데 경찰이 낸 자료 어디에도 대통령실 앞으로 신고된 집회의 소음이 어느 수준일지에 대한 계산이나 설명은 들어 있지 않았다.  

경찰의 주장은 현행법에도 위배된다. 집시법에는 소음이 일정 기준을 넘기면 "경찰이 확성기 등의 사용 중지를 명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만 나올 뿐, 소음을 이유로 집회·시위를 금지·해산시킬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박한희 변호사는 "경찰의 주장이 집회·시위에 대한 '후진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집회를 각 국가기관 앞에서 하는 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들으라고 하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에 대통령이 있으니까 들으라고 하는 거다. 무의미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걸 소음이라고 해버리면 '난 너희들 얘기 안 듣겠다'는 얘기가 된다. 집회를 그냥 무의미한 소란 행위로 치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5월 무지개행동과 다툰 집행정지 사건에서 패소하자 즉시 항고하며 이런 주장도 한 바 있다.  

대한민국에 대한 위해 세력은 대한민국의 혼란을 야기하기 위하여 헌법상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 대하여 암살·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대통령에 대하여는 헌법기관 중 유일하게 대통령 경호법이라는 별도 법률을 통해 그 신변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중략) 옥외집회나 시위를 가장한 테러 등 위해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 경찰 측 즉시 항고장 / 2022.5.12

결국 '대통령 경호법이 따로 있을 정도로 대통령의 신변 보호가 중요하므로 대통령실 근처 집회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대통령 경호법만으로 제한하려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경호법에 따라 경호 구역이 설정된다고 해서 그 안에서 집회·시위가 중지돼야 한다는 것은 경호법의 위상을 헌법과 맞지 않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도 "포괄적으로 일정한 영역 내에서 모든 집회를 하지 못한다고 하는 건 대통령 경호법의 규정을 넘어선다. 국회는 대통령 경호법을 만들 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명령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집행정지 모두 패소하고도... 경찰 '시간 끌기'

결국 경찰을 상대로 제기된 집행정지 사건 9건에서 법원은 경찰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9개 사건에서 모두 패소했다. 대통령실 100m 이내 집회는 허용됐다. 법원은 '헌법에 반하는 조치를 했다'고 경찰을 비판했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고충을 듣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하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여야 하는 대통령 직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대통령 집무실' 등 대통령의 업무가 이뤄지는 공간은 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로 지정하지 않는다. (중략) 피신청인(경찰)의 이 사건 금지 및 제한 처분은 위헌·위법의 소지가 매우 크다.
- 서울행정법원 / 2022.5.26 집행정지 결정 

하지만 이렇게 재판에서 진 뒤에도 경찰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집회금지처분 취소 소송', 즉 본안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금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소송 대응을 위해 대형 로펌(법무법인 광장)까지 선임하고 나섰다.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대통령실 주변 집회·시위를 막기 위해 소송 착수금으로만 3950만 원을 썼다. 성공 보수로는 모두 4050만 원을 소송 비용으로 책정했다. 이 중 2000만 원은 정부법무공단, 6000만 원은 법무법인 광장을 위한 돈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형 로펌까지 끌어들여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경찰의 행태를 '시간 끌기'라고 비판했다. 오민애 변호사는 "이 소송은 '관저'라는 용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다. 집행정지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법원 판단은 '문언대로 해석해라'다. 본안 소송에 가서 더 자세히 판단을 받을 내용도 아니다. 집행정지 결정이 계속 나옴에도 불구하고, 본안 소송 판단을 받겠다는 건 결국 시간을 계속 지연시키면서 '우리는 대통령실 앞 집회를 금지한다'는 시그널을 주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현재(7월 19일 기준) 진행 중인 '대통령실 앞 집회금지처분 취소 소송' 6건의 재판부는 모두 집행정지 때와 동일했다. 앞선 집행정지 사건에서 '경찰의 집회금지는 위법하다',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라고 볼 수 없다'고 했던 바로 그 재판부다. 박한희 변호사는 "소송의 쟁점이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 관저의 사전적 의미에 대한 해석인데, 그동안 집행정지 때 나왔던 법원 판단과 전혀 다른 판단이 본안 소송에서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아직 본안 소송 재판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가장 빨리 진행 중인 참여연대의 소송도 오는 8월 18일에야 첫 재판이 열린다. 1심 선고는 빨라야 올해 말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심 선고에 불복하는 쪽이 항소와 상고를 이어간다면, 재판은 최대 2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 5년 중 2년 동안은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원칙적으로 금지될 수 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소리 변호사는 "지금 경찰 방침 하에서는 집회를 하려는 사람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신청을 해야만 한다. 굉장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만 집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집회의 자유가 폭넓게 향유될 수 없는 결과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500명까지만 집회 허용?… 경찰은 그럴 권한이 없다

시민들의 잇따른 소송과 법원 판단으로 바뀐 게 딱 하나 있기는 하다. 대통령실 100m 이내 집회를 모두 금지했던 경찰이 지난 6월 7일 '500명 이하 소규모 집회는 예외적으로 허용해주겠다'고 발표한 게 그것이다. 다만 집회 가능 장소는 대통령실 건너편인 전쟁기념관 앞 인도로 제한했다. 

집행정지 사건에서 모두 패소한 경찰은 '전쟁기념관 앞 인도에서 열리는 500명 이하 집회'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경찰이 집회를 하게 해줬으니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여전히 '경찰이 위법한 법 집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집회·시위의 규모와 장소를 지정할 법적 권한이 없고, 집시법에도 인원을 기준으로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상희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경찰서장이 집회 규모에 대해 500명이라고 일방적·획일적으로 선을 긋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경찰서장이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법률은 그런 근거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일방적으로 '모든 집회에 대해선 500명을 기준으로 할 거야'라고 하는 건 경찰서장의 월권 행위다.
- 한상희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민애 변호사도 "입법권자도 아닌 경찰이 법률보다도 더 강하게 요건을 적용해 집회·시위에 인원 제한을 둘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처럼 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 방침이 발표된 지난 6월 7일부터 7월 19일까지 대통령실 100m 이내로 신고된 집회 55건 중 53건이 500명 이하였다. 집회·시위·행진 장소는 모두 '전쟁기념관 앞 인도'였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가 경찰의 일방적 방침 때문에 쪼그라든 결과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찰에서 전쟁기념관 앞으로 집회 신고를 하라고 하고, 제한 인원도 500명이라고 해서 거기에 맞춰 집회를 신청했다. 그걸 안 지키면 경찰이 집회 신고를 안 받아준다"고 말했다. 김선휴 변호사는 "'조금만 모여서 표현해라'라고 하는 건 집회의 자유의 본질에 반하는 주장이다”고 지적했다. 

여당 '대통령 집무실 집회금지법' 추진… "시대 흐름 역행"

이렇게 경찰과 시민이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를 두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 집무실 집회금지법'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 등은 집시법 11조 3호의 '대통령 관저'를 '대통령 관저 및 집무실'로 바꾸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법원 판결과는 무관하게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는 완전히 금지된다. 집회의 규모와 성격·내용을 따지지도 않는 '절대적 금지'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이미 지난 2018년 각급 법원과 국회, 국무총리 공관 등에 대해 100m 이내 집회를 무조건 금지한 집시법 11조 1·4호 등이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한 바 있다. 중요 국가 시설이라고 해도 개별 집회의 규모와 성격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금지하는 건 위헌이라는 판단이었다. 헌재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1조 3호에 대해서도 2018년부터 위헌성을 심리 중이다.

결국, 국민의힘은 집시법의 금지 조항을 완화하라는 헌재 결정의 취지와 달리 '절대적 집회금지 구역'을 하나 더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 7일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라며 집회·시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온 윤석열 대통령을 의식한 법안은 아닌지 의심된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간을 100m로 정해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조항은 해외에 입법례가 전혀 없다. 러시아와 태국 등이 전부다. 우리가 러시아나 태국 입법례를 따를 것인가. 지금 국민의힘에서 하고 있는 건 바로 지금 러시아나 태국의 입법례를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집시법의 집회금지 조항을 위헌이라고 한 헌법재판소 판결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4월,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11조 3호의 '대통령 관저'를 '대통령 관저 및 집무실'로 바꾸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대통령 집무실 집회금지법'이다.

침묵하는 경찰과 방관하는 대통령실

뉴스타파는 계속되는 대통령실 주변 집회·시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경찰과 대통령실에 연락했다. 

경찰에는 번번이 재판에서 패소했으면서도 시민들이 신청한 집회를 막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어떤 이유로 500명 이하 집회만 허용하는 것인지 물었다. 경찰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의 집회·시위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정보상황과는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답변이 곤란하다"고만 답했다.

대통령실에는 경찰의 집회금지 조치가 적법하다고 보는지,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률개정안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경찰의 집회금지 원칙이 대통령실의 의중을 반영한 결과는 아닌지 물었다. 대통령실은 "경찰의 집회금지 조치에 대해선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사법부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집시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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