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과도 '경제안보'..韓·인니 정상 "반도체 핵심광물 협력"
韓, 니켈 등 핵심광물 공급받고
스마트시티·인프라 구축 지원
尹 "동남아 국가중 유일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전투기 개발 등 방산협력 계속
KF-21 미수금은 결론 못내
◆ 韓-인니 정상회담 ◆
방한 당시부터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한국 기업에 관심이 많았던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광물 공급에 대한 협조를 해주면서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전기차·배터리와 관련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인도네시아가 현재 자카르타에서 동부로 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조성과 스마트시티 구축, 전자행정 등 관련 사업들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키웠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양국의 공동개발 차세대 전투기 KF-21과 관련해 미수금 처리 문제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해당 문제에 대해 "마지막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양국이 계속 협력해 나가자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의 '의지 재확인'이라는 의미는 있지만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양국 정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두 나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인도네시아를 평가하면서 인도네시아를 통해 아세안(ASEAN)과의 협력 강화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조코위 대통령 역시 "윤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우리 파트너십은 특히 경제 부문에서 더 강화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화답했다.
양국은 핵심 협력 사안으로 △니켈 등 반도체 핵심 광물 첨단소재 공급망 안정화 협력 △전기차·배터리 등 전략적 연대 구축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력(CEP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조속 발표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사업 관련 긴밀 협력 △국방·방산 협력 및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 협력 의지 재확인 등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한 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선 3번의 정상회담이 진행됐는데, '경제안보'는 가장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부문이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선 북한의 비핵화 등 안보 문제와 함께 반도체 등 공급망 문제와 협력이 주요 의제였고, 이번에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결국 경제 협력 및 경제 안보 문제가 핵심이 됐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니켈 등에 대한 공급망 협력 기조를 공동선언문에 담은 것은 성과다. 한국 입장에선 최대 자원국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를 통해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이 되고 있는 반도체 관련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인도네시아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등 전기차와 배터리, 석유화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기업의 투자를 얻어낼 기회를 갖게 됐다.
인도네시아가 자카르타에서 동부로 수도를 이전할 큰 그림을 그리며 약 40조원을 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엔 호재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국은 돈이 몰리는 곳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은 그런 차원에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조코위 대통령께서 역점을 두고 계신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사업에 관해서도 양측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우리의 세종시 건설 경험은 인도네시아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오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수도 이전 협력 양해각서(MOU)를 개정했다"고 밝혔다. 조코위 대통령도 "(한국과) 새로운 수도 이전에 따른 개발협력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스마트시티 개발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도로와 다리, 수자원, 댐 등 공공사업은 물론 주택개발 사업 등에 대한 수주 가능성이 양국 정상의 MOU 체결로 탄력을 받을 수 있고, 한국의 스마트시티와 디지털 행정 분야 역시 인도네시아 진출 가능성이 큰 분야들이다.
양국은 국방·방산 관련 협력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미 양국이 공동 개발한 차세대 전투기 KF-21 미납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윤 대통령은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사업이 마지막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양국이 계속 협력해 나가자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향후 분담금 납부와 관련해 양측 간 실무협의를 가속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도 양국 산업통상자원부와 투자부가 친환경 투자 촉진 관련 협력 각서에, 해양수산부와 해양투자조정부가 해양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하면서 해당 분야의 협력 기대감을 높였다.
윤 대통령은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을 예고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된 인도네시아의 협력을 간접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1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를 고대하며 성공적인 회의 개최를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 밖에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과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협력과 지원을 다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올해) 인도네시아가 G20 의장국을 맡는 데 대한 한국의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과 부인들은 정상회담 후 만찬을 즐기면서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만찬에는 각 정부 관계자들과 정치인들은 물론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이용대 배드민턴 선수도 함께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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