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멸' '응징' 거친 단어 말한 김정은.. 핵 도발 명분 쌓기?

김범수 2022. 7. 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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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위협
'전멸' '응징' 등 단어로 원색 비난
"尹 집권 전후 뱉은 망언·추태 기억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고 허세"
전문가 "남북간 대화 가능성 희박"
"8월 한·미 연합훈련 분수령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석열정부를 향해 ‘전멸’ ‘응징’ ‘상응할 대가’ 등 거친 단어를 동원해 고강도 대남 위협 발언을 쏟아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낸 대남 메시지가 ‘강대강’ 기조라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긴장감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 연설 상당 부분을 윤석열정부를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북한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선전매체를 통해 대남 비난전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수위를 올려 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나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열린 전승절(정전협정 체결) 제69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한 노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는 윤석열이 집권 전과 집권 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직함을 생략하고 비난했다. 북한은 통상 한국 대통령을 거론할 때 이름을 직접 거명하기보다 ‘남조선 당국자’ ‘집권자’ 등의 표현을 써왔다. 이번에는 직함도 없이 ‘윤석열’이라고 거명한 점에서 윤 정부에 대한 적대감을 알 수 있게 한다. 김 위원장은 “이자들은 ‘힘에 의한 평화’와 ‘힘에 의한 안보’를 거리낌 없이 제창하고 있으며 우리 국가의 전쟁억제력을 무력화시킬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고 허세를 부렸다”며 윤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발언인 ‘선제타격론’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김 위원장의 대남 경고 메시지는 무게감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라며 “북한이 대남 메시지를 작심하고 내보낸 것은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한국형 3축체계 확립 등 윤석열정부의 행보를 지속적으로 주목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향후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서 대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작태”라는 발언도 내놓았다. 이는 다음달에 열릴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실드(UFS) 훈련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지난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연합항모강습단훈련, 연합상륙훈련 등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하고, 다양한 연합 야외기동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제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적 차원의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 연합훈련 시기가 최고조의 안보위기가 조성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미가 군사훈련을 더 빈번하게 할수록 북한은 핵실험을 포함한 더욱 심각한 수준의 안보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서도 ‘강대강’ 기조의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그간의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으로 남측에 비해서는 수위가 낮았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의 일상적인 모든 행동들은 ‘도발’로 삼고, 자신들은 대규모 합동군사연습들을 벌이는 ‘이중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이중기준’ 비난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한 김 위원장은 “조미(북미)관계를 더 이상 되돌리기 힘든 한계점으로, 격돌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민주주의 대 제국주의 진영’이라는 관점에서 차후 군사적 행동의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하려는 노력하는 모습”이라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미국에 함께 맞서야 할 대결 국면이라는 점을 암묵적으로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한국이나 미국을 향해 직접적인 핵 위협을 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의 핵전쟁 억제력 또한 절대적인 자기의 힘을 자기의 사명에 충실히, 정확히, 신속히 동원할 만전태세에 있다”고 말하면서 원론적인 수준에서 핵무력을 언급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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