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양두구육"에.. 친윤 "혹세무민" 반격

김병관 2022. 7. 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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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내부총질 당대표'라고 표현한 문자 메시지의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가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에 개의 고기, 겉과 속이 다름)이라는 표현으로 윤 대통령에게 날을 세운 가운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이철규 의원이 이 대표를 '혹세무민'(惑世誣民: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임)에 빗대 비난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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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내부총질' 문자 후폭풍.. 내홍 격화
이철규 "지구 떠나겠단 사람이.." 맹공
李 대표 vs 윤핵관 갈등 다시 고조
尹대통령, 도어스테핑 사흘째 생략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내부총질 당대표’라고 표현한 문자 메시지의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가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에 개의 고기, 겉과 속이 다름)이라는 표현으로 윤 대통령에게 날을 세운 가운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이철규 의원이 이 대표를 ‘혹세무민’(惑世誣民: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임)에 빗대 비난하면서다. 윤 대통령의 문자를 계기로 윤핵관과 이 대표 간 갈등이 재점화하면서 여권의 내홍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양두구육’이라니?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혹세무민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니 앙천대소(仰天大笑)할 일”이라고 적었다. 앙천대소는 ‘하늘을 보고 크게 웃는다’는 뜻이다. 전날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배에 오르고 있다.
울릉=연합뉴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그 섬(여의도·정치권)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총질’ 메시지를 보낸 윤 대통령과 이를 유출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악수하러 오는 인물’은 배현진 최고위원으로 보여, 이 대표가 ‘친윤’(친윤석열)계를 향한 적대심을 비쳤다는 해석도 뒤따랐다.

이 의원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비판하는 건 좋은데, 왜 다른 사람들을 개 취급하는가”라며 “이 대표가 무슨 할 말이 있나. (본인이) 억울하면 소송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이 대표도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오늘 국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온 사람 하나를 더 알게 될 것 같다”고 맞불을 놨다.

당내에선 친윤계와 비(非)핵관 간 전면전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문자 유출이) 정치적으로 볼 때는 이 대표가 꼭 불리하지는 않다”며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포용력이 부족한 거 아니냐 하는 실망감과 부정적인 인식이 굉장히 확산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대변인이었던 전주혜 의원은 “‘사적 대화’에 의미 부여하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 윤리위 징계에 윤심이 작용했다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장제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따로 할 말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사흘째 외부 일정을 이유로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건너뛰었다. 윤 대통령은 당초 29일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용산 청사로 출근할 예정이었지만 업무보고를 외부 일정으로 대체하면서 이날 도어스테핑도 순연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다음주 휴가 뒤 8월 둘째주부터 이어지게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29일 외부 일정을 갑자기 잡은 것이 도어스테핑에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휴가를 떠나기 전에 대통령이 꼭 챙겨야 할 분야들을 다시 점검하고자 일정을 잡은 거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만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문자 내용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사적인 대화에 대한 해명과 이 대표를 향한 오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정도로 매듭을 짓고 가는 것이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병관·배민영·이창훈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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