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재명 vs 97그룹'..박용진-강훈식 '反明 단일화' 촉각
어대명이냐 대이변이냐..단일화 청신호 속 험로 예고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정윤주 기자 =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예선전이라 변수가 끼어들 틈은 더욱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유력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28일 당 대표 예비경선(컷오프)을 '가뿐히' 통과했다.
소위 '이재명 대세론'을 입증하며 거야(巨野) 당수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맞서 재선 박용진·강훈식 후보(기호 순)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저력을 과시하며 나란히 본선행 티켓을 확보, 이 후보와의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이제 시선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본선 무대로 향한다.
무엇보다 박용진·강훈식 후보가 악전고투 끝에 후보 단일화를 이룰지,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구도를 뒤흔들 파괴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李, 대세론 증명하며 본선행…'97 저력' 과시한 박용진·강훈식
이재명 후보의 본선행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오랜 비주류였지만 대선후보를 거치면서 당내 지지 기반을 확고히 다졌고, 원내에는 어느덧 수십 명 규모의 친명계(친이재명계)가 자리 잡아 후방 지원했다.
여기에 차기 민주당 대표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압도적 1위를 달리며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했다.
민주당 선관위는 컷오프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60%가 넘는 표를 얻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고문 측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득표율을 최소 40%로 잡았는데 투표권자인 중앙위원들을 접촉해보니 열에 여섯은 지지 의사를 전해 왔다"며 "나머지 후보들은 기껏해야 10표 차 안팎에서 순위가 갈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97그룹의 박용진·강훈식 후보가 함께 본선 무대에 오른 것을 두고도 당내 일각에선 예상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있다.
박 후보의 경우, 기존의 '중앙위원 100%'에서 '중앙위원 70%·국민 여론조사 30%'로 바뀐 컷오프 룰(규칙)의 수혜자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당내 조직력이 약해 중앙위원 득표전에서는 열세였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가 컷오프 통과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유일한 비수도권 당권주자인 강훈식 후보는 지방 중앙위원들의 적잖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응천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내 중량급 인사들의 막판 지지 선언도 '약체'로 평가됐던 강 의원의 뒷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97그룹의 강병원 후보와 5선 중진 설훈 후보는 결국 친문(친문재인) 표가 분산되면서 동반 탈락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당초 친문 유력주자였던 전해철·홍영표 의원과 '운동권 맏형' 이인영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당내에서는 강병원 후보가 친문계 몰표로 컷오프 문턱을 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었다.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 주자였지만 본선행이 좌절된 김민석 후보는 97그룹 약진의 부메랑을 맞았다는 시각이 있다.
당 관계자는 "계파색이 옅은 김 의원으로선 마땅히 각을 세우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세론과 97그룹의 세대교체론의 틈을 파고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대명'이냐 대이변이냐…'反明 단일화'로 역전 드라마 쓸까
8·28 전당대회 레이스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이제 관심은 이재명 후보가 대세론을 굳히며 당권을 손쉽게 거머쥘 수 있느냐에 쏠린다.
일단 관건은 박용진·강훈식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 달렸다.
이미 97그룹 주자들의 당권 도전설이 흘러나올 때부터 그 밑바탕에는 '이재명 당 대표 저지'라는 공통분모가 자리했었다.
당내에선 두 후보가 동반 진출하면서 '반명(반이재명) 후보 단일화'에 청신호가 들어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용진 후보는 이날 예비경선 후 기자들과 만나 "빨리 강 후보와 함께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겠다. 당장 오늘 밤 넘어가기 전에 강 의원과 긴밀한 통화를 하겠다"며 단일화 속도전을 예고했다.
이에 강훈식 후보도 "그동안 원칙적으로 컷오프 이후에 단일화를 논의하자고 했으니, 저도 그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박용진 후보만 생각하면 (단일화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견제 수단일 수 있는데, 저 자신을 생각하면 미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며 온도 차를 보이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두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친문, 범친문을 비롯한 비이재명계의 막판 결집으로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단지 '반명'을 표방한 기계적 단일화는 당내 역풍을 맞으면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아울러 단일화 방식을 놓고 두 후보 간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재명계 인사는 "당내에서조차 그런 정치공학적 술수가 벌어지는 데 대해 당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명분 없는 단일화는 역풍만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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